서울 송파구가 건축 규제 해제 필요성을 이유로 문화재청의 풍납토성 보존·관리 종합계획을 취소해 달라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지만, 헌법재판소는 문화재청이 심판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각하했다.
헌재는 21일 송파구청장이 문화재청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각하를 결정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내용에 대한 판단 없이 사건을 종료하는 것을 말한다.
헌재는 "법률에 의해 설치된 피청구인에게는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 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과 문화재청장은 정부조직법 36조 3항, 4항에 의해 행정각부 장의 하나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소속으로 설치된 기관과 기관장으로서 오로지 법률에 그 설치 근거를 두고 있으며, 그 결과 국회의 입법 행위에 의해 그 존폐와 권한 범위가 결정된다"며 "따라서 피청구인인 문화재청장은 '헌법에 의해 설치되고 헌법과 법률에 의해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받은 국가기관'이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헌재 관계자는 "헌재는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국가기관의 범위에 관해 오로지 법률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으로서 국회의 입법 행위에 의해 존폐와 권한 범위가 정해지는 국가기관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란 선례의 해석을 재차 확인했다"고 말했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 1월27일 풍납토성을 1~2권역은 보존 구역, 3~5권역까지는 관리 구역 등 총 5개 구역으로 구분하는 내용의 풍납토성 보존·관리 종합계획 수립하고, 2월 1일 문화재청고시를 통해 송파구 풍납동 일대를 보존·관리 구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송파구청은 3월 16일 "헌법과 지방자치법 등에 의해 부여받은 지역개발사업계획의 수립·시행과 건축 허가 등에 관한 업무에 관한 자치사무 처리 권한을 침해받았고, 풍납토성법에 따라 부여받은 보존·관리 종합계획에 관한 상호 협력·협의 권한을 침해받았다"며 문화재청의 지정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송파구청은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3권역은 지상 7층, 21m 이하, 지하는 2m까지만 건축이 허용된다"며 "4권역은 경관 등을 이유로 재건축 규모를 제한할 수 있고, 5권역은 재건축 시 발굴 조사 선행 등 관리 구역에 대한 건축 규제가 유지 또는 강화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종합계획 수립 전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문화재청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며 "풍납토성 정비 사업의 지연으로 주거 환경 악화와 슬럼화 주민의 심각한 재산권 피해 발생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점을 들어 종합계획 수립 시 핵심 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에 대해서는 문화재 관련 건축 규제의 해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견을 제출했으나, 종합계획에는 반영되지 못했다"고도 밝혔다.
풍납토성의 성곽이 남아있는 12만6066㎡의 지역은 지난 1963년 1월 21일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11호로 지정됐다. 이후 1997년 풍납토성 성곽 내부 지역의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백제시대 유물이 출토되자 2000년 6월 풍납토성의 내부 지역을 보존하기로 결정됐다.
문화재청은 2009년 4월 이 지역을 6개 권역으로 구분해 1~2권역은 토지 소유권 매입, 3~6권역은 건축 규제 등의 조처를 통한 보존 대책을 시행하는 풍납토성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 기본계획 수립 후 정책이 변경된 경우는 있지만, 3~6권역의 건축 규제는 존치됐다.
국회는 2020년 6월 풍납토성의 보존·관리에 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풍납토성법을 제정했다. 풍납토성법 3조는 보존·관리 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상호 협력 책무를 규정하고, 5조 1항은 '문화재청장이 5년마다 보존·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할 때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과 미리 협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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