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산 레거시칩을 밀어내기 위한 계획에 착수한다. 자국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저가 공세를 막기 위해 현황 파악 후 관세를 부과하는 식의 조치에 나설 전망이다. 구형 혹은 범용 반도체로 통하는 레거시칩은 28㎚(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를 일컫는다.
미 상무부는 21일(현지시간) 오는 1월부터 미국 기업들의 레거시칩 조달 현황을 조사한다고 밝혔다.
자동차, 항공, 방위 및 기타 분야의 미국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미국의 주요 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산 레거시칩의 사용 및 조달에 초점을 맞춰 조사가 이뤄진다. 레거시칩은 자동차, 휴대폰 등 상업용과 더불어 군사용으로도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상무부는 이번 조사는 중국산 반도체가 미 반도체 공급망과 안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사가 레거시칩 생산을 위한 공평한 경쟁의 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이 제기하는 국가 안보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세계 반도체 경쟁의 장이 중국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고 있다고 본다.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자국 반도체 산업에 약 1500억 달러(약 195조원)의 보조금을 제공했다.
상무부는 미국 내 반도체 제조 비용이 다른 나라보다 30~45% 높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자국 내 팹 건설을 위한 정부 수준의 장기적인 지원 마련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이 기업의 레거시칩 생산 확대를 유도해, 미국 기업들의 경쟁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우려되는 관행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레거시칩 공급망을 위협하는 외국 정부의 비(非)시장적 조치에 대처하는 것은 국가 안보의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가 마무리되면 미 당국은 관세를 부과하는 등 중국산 제품의 미국 시장 진입에 대한 문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의 소식통은 상무부의 조치에는 중국 반도체 산업에 관세를 부과하는 식의 대응이 포함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미 하원 중국특별위원회는 최근 초당적 보고서를 내고 레거시칩에 관세를 부과할 것을 바이든 행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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