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의식한 '총선용 예산'이 대거 증액됐다는 게 민간 연구기관의 분석이다.
지역 용역사업, 종교시설 관련 예산 대폭 늘어
25일 나라살림연구소의 '2024년 예산 국회 심의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의 경우 지역사랑상품권과 새만금 개발, 연구개발(R&D) 등 부문에서 일부 증액이 이뤄졌다.
더불어 지역 개발사업 용역 과제나 도로 등 인프라 확대, 종교 시설 건립 등 예산도 크게 늘었다는 게 연구소 측 주장이다.
보고서를 살펴보면 당초 정부안에 없던 충남·대구경북·울산 등 3개 지역의 영재학교 설립 타당성 용역 사업비가 각각 5억원씩 15억원 편성됐다. 국립 전문과학관(나주) 건립과 전남권 소금단지 조성 관련 타당성 용역 사업비도 각각 2억원과 3억원 증액됐다.
지역 인프라 확충 예산도 늘었는데 예컨대 사업비 10억원 이상의 지역별 도로 사업을 분석한 결과 다수의 건에서 증액 규모가 30억원·20억원·10억원 등으로 일률적이었다. 사업의 성격이나 효용성을 면밀히 따지지 않고 나눠먹기 식으로 배분했다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부산 지역의 예산 투입 사업이 28건 증가하는 등 특정 지역 여론을 의식한 예산 편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종교시설 관련 예산 증액도 총선용으로 지목된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예산안을 보면 '종교문화활동지원' 세부사업에 속한 9개 내역사업 예산은 정부안(251억원)보다 20억원 늘어났다.
특히 서울, 경기 등 전국 11개 시도의 종교문화시설 건립 사업은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77억원 증액됐다. 울산 불교문화교육관, 서울 정릉동 문화체험관, 남양주 명상체험센터, 광주 명상치유센터 등은 정부안에 없었으나 국회를 거치며 10억원 이상 늘었다. 4개 사업의 총 예산은 46억7000만원으로 해당 사업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이다.
민생 예산도 '총선용' 의구심, 투명성 강화해야
확정된 내년도 예산안의 경우 당초 정부안보다 민생 관련 예산이 늘어난 건 사실이다. 대중교통 지출액에 비례해 마일리지를 지원하는 'K패스' 예산은 218억원 늘었고, 연말 종료 예정이던 청년 월세 한시 특별지원도 1년 더 연장됐다.
여기에 호남 민심과 직결된 새만금 사업 예산은 3049억원 증액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핵심 브랜드 중 하나인 지역사랑상품권 예산도 3000억원 급증했다. 또 소상공인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특별지원하는 사업에 2520억원이 추가됐다.
민생을 챙긴 듯 보이지만 여야 각자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사업 예산을 따내는 데 주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회가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반영해 정부안을 감액·증액하는 건 맞지만 지역구 선거 전략으로 예산 심의권을 활용하는 구태는 더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각종 종교단체 지원금 증액은 지역 득표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며 "지역 사업 타당성 용역 예산 증액도 다수 포함됐는데 중앙정부 예산으로 첫 삽을 떴다고 홍보하는 '현수막 예산'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 사업의 타당성 용역은 국비 대신 지방비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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