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이후 쏟아졌던 중국 위기설의 끝은?
2023년 7월 중국 1위 부동산회사 벽계원의 부도 이후 서방세계에서는 중국 위기설이 쏟아져 나왔다. 성장엔진이 식었고, 40년 성장은 끝났고, 외국인 FDI가 순유출로 전환됐고, 부동산 위기로 금융위기가 코앞이고, 최고치를 갈아 치운 청년실업률, 마이너스(-)로 돌아선 CPI로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에 빠졌고, 과도한 부채로 무디스도 신용평가 등급을 내렸다는 것이 지난 5개월간 중국 위기설의 레퍼토리였지만 12월 말까지 중국에 국가부도는 없었다.
중국이라는 독감환자를 말기 암환자로 보면 실수한다. 2023년 5.3% 성장은 중국으로 보면 역대 최저 성장이지만 전 세계 주요국 중 인도 다음으로 높은 성장률인데 중국 경제의 성장이 끝났다는 것은 과장이다. 1%대 성장하는 한국이나 일본은 어떻게 된 것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외자 기업들이 중국 공장 다 팔고 떠난 게 아니다.
부동산 1위 기업 벽계원 부도를 전체 부동산업계 부도로 보는 것도 오해다. 1위 회사는 부도났지만 2~10위 기업은 멀쩡하다. 3년 내리 부동산 규제를 했던 중국 정부는 벽계원 부도를 계기로 모든 규제를 다 풀었고 이젠 부동산 대출금리를 내리고, 구매 우대 조치와 함께 부동산 기업에 자금 지원까지 하면서 경기 부양으로 정책 스탠스를 전환했다. 7월 이후 부동산발 금융위기설이 난무했지만 금융위기는 없었다. 부동산에 대출해준 대부분 은행은 국가 은행이라서 국가가 부도나지 않으면 은행이 부도날 수 없기 때문이다.
7월에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고였지만 16~59세 전체 실업률은 6%에서 5%대로 1%포인트 떨어졌다. 중국 청년인구 비중은 전체 인구 중 10.5%에 불과한데 코로나 해제로 기업이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사원 채용을 늘렸고 여기에 청년들이 피해를 본 것이다.
서방국가와 달리 음식료의 CPI 비중이 30%에 달하는 중국 CPI의 특성으로 돼지와 채소 가격의 급락이 CPI의 마이너스를 가져왔지만 Core-CPI는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CPI 마이너스(-)에 소득, 소비, 생산이 같이 마이너스(-)가 나와야 진짜 디플레이션인데 소득, 소비, 생산은 여전히 플러스(+)다. 중국에 대한 무디스의 A1등급은 일본·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등급인데 일본과 사우디도 경제위기라고 볼 수 있을까?
2024년 중국 경제 '공부론'에서 '성장론'으로 정책 기조 전환
전체 인구 중 60~70%가 황허강 주위에 모여 살았던 중국은 황허강이 범람하면 왕조가 바뀌는 나라였다. 황허강은 한서에 '물 한 말에 진흙 여섯 되일 정도'라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60%가 진흙이어서 하상이 거주 지역보다 높아 황허가 범람하면 온통 흙으로 싹 덮여 먹을 것도 쓸 것도 없다. 그러면 순식간에 이재민이 수십만, 수백만 명 발생하고 이들은 굶어 죽으나, 털다 죽으나 같기 때문에 남쪽의 부자를 털고, 관가를 털다가 힘이 세지면 나라도 터는 것이 중국의 역사다. 거지황제 명나라 주원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현대식으로 해석하자면 실업률이 높아지거나 소비가 마이너스(-)로 나오면 나라도 위험해진다는 것이 중국 역사의 교훈이다. 중국은 2023년 7월에 황허강이 터질 조짐을 보였다. 상품소비가 1%로 추락했고 곧 마이너스(-)로 전환될 직전 상태였기 때문이다. 소비의 GDP기여도가 67%를 넘는 중국 경제의 구조상 위기 시그널이 뜬 것이다.
거기에 어느 나라든 고학력의 먹물실업자가 많아지면 사회가 불안해지는데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중국 정부에 비상이 결렸다. 8월 한 달에만 중국 정부는 28개의 경기 부양 조치를 낸 것을 시작으로 9월부터 11월까지 경기 부양 폭탄을 퍼부어 11월에는 소비증가율을 10.1%까지 끌어 올렸다.
2024년 경제 정책 기조를 결정하는 2023년 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정부는 '선립후파(先立后破)'라는 용어를 등장시킨 대신 지난 3년간 노래를 불렀던 '공부론(共富论)'과 부동산 투기 억제의 구호였던 '집은 투기하는 곳이 아니다(房住不炒)'라는 단어는 사라졌다.
'선립후파(先立后破)'는 성장 우선으로 정책 기조를 바꾼다는 말이다. 2024년 중국의 대졸자는 1179만명에 달할 전망인데 GDP 1%당 고용유발계수가 240만명 수준인 중국은 2024년에는 5%대 성장을 하지 않으면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지기 때문에 2024년 경제성장 목표를 5% 이상으로 가지고 간다는 말이다. 그간의 '공부론(共富论)'의 공공의 적이었던 부동산과 플랫폼 기업에 대해 규제가 아니라 부양으로 돌아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중국 기업인의 띠는 게띠, 중국 경제는 활난(活亂) 사이클로 보라
사회주의 국가 중국 경제는 국유경제가 주고 민간경제는 보조다. 중국 GDP에서 63%를 차지하는 국유기업 회장의 인사는 당이 한다. 그래서 국유기업의 영향력과 정부의 입김이 강한 나라가 중국이다. 그래서 중국 기업인의 띠는 게(Crab)띠라는 말이 있다. 한번 뜨거운 물에 들어간 게는 다시 찬물에 넣는다고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중국의 경기사이클은 서방과 달리 정부의 '보이는 손'이 좌우한다. 그래서 중국 경제는 중국어로는 활란사이클(活乱循环)이라고 하는 '카오스사이클(cycle of chaos)'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정부가 규제를 풀면 시장이 활황을 보이지만(一放就活) 어지러워지고(一活就乱), 어지러운 상황을 규제하여 수습에 들어가면(一乱就收) 정부의 영향력이 너무 커 시장이 죽어 버리고(一收就死) 그러면 다시 규제를 풀면 시장이 살아나는 것이다.
중국의 활란사이클(活乱循环)로 보면 2024년 중국은 죽어버린 시장에 다시 규제를 푸는 단계(一放就活)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많은 경기 부양책에도 빠른 회복을 보이지 못하는 것은 경제가 큰 충격을 받으면 그 상흔의 후유증이 3년~3년 반을 간다는 코로나 3년 봉쇄의 '상흔효과(Scarring Effect) 때문이다.
코로나 봉쇄 3년의 상흔효과의 충격은 2023년 말 혹은 2024년 상반기까지로 추정된다. 2023년 중국은 위기와 기회의 비중이 7:3이었다면 봉쇄 3년의 후유증이 풀리는 2024년은 3:7로 역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중국 위기론에만 몰입하기보다는 중국의 '성장으로 회귀'에 편승해 무엇을 얻을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1992년 자본시장 개방 이후 외국인에게 시달리며 배운 30년 금융의 노하우를 활용해 미·중의 금융전쟁에서 제조업에서 번 것 이상으로 크게 벌 궁리를 해야 한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1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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