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매출 부진으로 신음하고 있는 애플이 추가 악재를 맞았다. 미 백악관이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손을 들어주며, 애플워치 판매 재개가 요원해진 것이다. 애플은 애플워치용 소프트웨어 변경을 통해 난국 타개를 꾀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 블룸버그통신, 더버지 등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가 ITC의 애플워치 특허권 침해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자, 애플은 ITC 결정에 불복해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했다.
애플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ITC의 결정 및 수입금지 명령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법원에 항소가 진행되는 동안 수입금지 조치를 보류해 달라는 요청서를 제출했다.
애플은 소프트웨터 변경이 수입금지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특허 침해 논쟁의 핵심인 혈액 내 산소 측정 기능은 대부분 하드웨어 기술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변경안이 판을 바꿀 묘수가 될지는 미지수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애플워치 판매 중단은 ITC가 지난 10월 애플워치의 혈액 산소 측정 기술이 미 의료기술 업체 마시모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ITC는 관련 기술이 포함된 애플워치에 대한 판매 및 미국으로의 기기 수입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베스트바이, 타깃, 월마트 등 다른 소매업체에서는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만 제품 판매가 가능하다.
다만, 이제 와서 실제 판매 금지가 이뤄진 것은 백악관의 결정을 기다렸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ITC의 결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를 60일 이내에 결정해야 했다. 이에 따라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신중한 협의 끝에 결정을 번복하지 않고 발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2013년 삼성과의 특허 분쟁에서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뒤집은 바 있으나, 이후 미국 행정부가 ITC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한 적은 없다. 번복될 가능성이 애초에 낮았던 셈이다. 더구나 이번에 애플과 대립하고 있는 마시모는 미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삼성-애플 갈등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관측이 많았다.
이번 항소 외에도 애플과 마시모는 진흙탕 싸움을 이어갈 전망이다. 마시모는 애플이 자사 직원을 빼돌려서 혈액 산소 측정 기술을 탈취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애플은 마시모가 애플워치의 판매를 막으려고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마시모의 민사소송은 올해 초 ‘미결정 심리’ 즉 재판 무효로 결론 난 바 있다. 애플이 마시모를 상대로 제기한 두 건의 특허 침해 소송은 진행 중이다. 애플은 마시모가 애플 기술을 모방한 데다가 애플워치를 시장에서 밀어내려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마시모는 애플의 소송이 ‘보복’이라고 맞받아쳤다.
외신들은 애플워치 판매 금지는 애플의 매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애플 매출은 4분기 연속 감소하며, 20년 만에 가장 긴 연속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애플워치 등이 포함된 애플의 웨어러블, 홈 및 액세서리 부문 매출은 올해 3분기에 82억8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애플워치 판매가 막히면 매출 부진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애플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애플 변호사들은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해당 모델이 판매되지 않는다면, 애플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증권사 스티펠은 애플의 항소로 인해 최종 ITC 판결이 약 1년 연장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애플은 지난 3분기(9~11월) 매출이 89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한 가운데 4개 분기 연속으로 매출 감소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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