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후 SM그룹이 짊어져야 할 재무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도 기대 요인이다. 국일제지가 이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기업회생을 신청하긴 했지만 재무 상태가 양호한 편인데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자산만 709억원이 넘는다. SM그룹이 이른 시일 내에 국일제지를 그룹 내 캐시카우로 빠르게 안착시킬 수 있을 거란 기대가 큰 이유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22일 국일제지 회생계획안을 강제 인가했다. 앞서 진행된 관계인집회에서 두 차례 표결이 이뤄졌지만 모두 소액주주 반대로 부결됐던 안건이다.
법조계에서는 소액주주 반대로 회생계획안 인가가 부결된 사례는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법원이 주주들의 강한 반발에도 강제 인가를 결정했다는 것은 SM그룹이 인수하는 것이 다수 이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에서다.
국일제지는 보유 자산이 많아 청산가치가 높았지만 채권단 동의를 거쳐 M&A를 전제로 한 회생절차를 진행하게 됐다. 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국일제지는 부동산을 포함해 현금화할 수 있는 유형자산만 709억원이 넘는다.
시장에서는 이 회사가 자산 규모도 탄탄한 데다 안정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용 절감만 이뤄지면 SM그룹의 캐시카우가 될 거라고 내다봤다. 국일제지가 강판간지, 담배관련지, 식품용지 등 특수지 분야에서는 국내 선두 업체이기 때문이다. 국일제지는 올해 누적 순손실이 145억원이지만 연 매출로 2021년 955억원, 2022년 1125억원을 기록하는 등 외형은 키워왔다.
업계에서는 SM그룹이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활용해 국일제지에 힘을 실어줄 거란 평가다. TK케미칼, 남선알미늄 등 SM그룹 주요 계열사가 국일제지의 종속기업인 국일그래핀이 보유한 그래핀(고분자 탄소동소체) 기술을 채용할 수 있어서다.
SM그룹은 그간 법정관리나 워크아웃(공동관리절차) 상태인 기업을 인수해 정상화하는 방식으로 사세를 확장해 온 만큼 국일제지도 이른 시일 내에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M그룹이 편입된 지 10년 된 대한해운은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111.4%로 안정됐고, 영업이익도 1415억원을 기록했다. SM그룹에 인수되기 전에는 1096억원 적자를 냈다.
SM중공업도 적자를 내던 기업이었지만 SM그룹 인수 2년 차에 흑자로 전환됐다. 현재는 부채비율이 70.4%로 우량하고 영업이익률도 20%로 높다.
한편 올해 SM그룹은 상장폐지된 엘아이에스와 법정관리에 들어간 에이치엔아이엔씨 인수 절차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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