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 전용 헬기인 ‘닥터헬기’를 띄운 의사. 이역만리 오만까지 날아가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극적으로 살려낸 의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한국으로 넘어오다 총상을 입은 북한군 장병에 대한민국의 피가 흐르도록 새 생명을 불어넣은 의사.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중증외상 환자 치료와 후송 체계 구축에 기여해 온 국내 외상외과 분야 최고 권위자인 이 교수가 국군대전병원장으로 취임한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2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이 교수를 국군대전병원장으로 임명했다. 임기는 28일부터 시작한다. 신 장관은 또 이 교수에게 명예 해군 대령 임명장도 수여했다. 국군대전병원은 국군의무사령부 예하 국군병원으로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못지않은 규모와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교수는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총상을 당해 사경을 헤매던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을 살려내 유명세를 탔다. 언론에서는 그에게 ‘영웅 의사’라는 호칭을 붙였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7월 명예 해군 대위로 위촉된 뒤 군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2017년 판문점 귀순 당시 총상을 입은 오창성 북한군 하사를 대수술 끝에 소생시키기도 했다.
앞서 이 교수는 2002년 의과대학 교수로 채용된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외상센터에서 연수했다. 이어 영국 왕립 런던병원 트라우마 센터에서 수련을 받으며 전문성을 쌓았다. 그는 꾸준히 중증외상센터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중증외상센터는 중증외상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수술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전문치료센터를 말한다. 이 교수는 권역외상센터 설립을 위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 경기도 응급의료 전용 헬기인 이른바 닥터헬기 운용에 적극 기여하는 등 국가·지역 응급의료 체계 개선에 크게 공헌했다.
이 교수는 이날 국군대전병원장에 임명되면서 보직에 맞춰 명예 해군 대령 계급장을 달았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국방부 의무자문관으로 활동하면서 군 의료 정책의 전반적인 발전 방향에 대한 자문에 응하고 있다.
이 교수는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군 장병들의 건강한 군 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국군대전병원장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며 “군 의료 체계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국방부 및 국군의무사령부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중부권 이남에서 1차 진료부터 신체검사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의료 프로세스를 관리하며 주춧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미래지향적으로 장병의 복지와 생명 수호를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군의 환자 후송 체계 개선 방향과 관련해서는 “헬리콥터 등 우리나라가 가진 좋은 항공 전력을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쉽지 않은 일이니, 각계에서 많이 도와 달라”고 말했다.
신 장관은 “이 교수가 민간 의료 분야에서 다져온 전문성과 그간 군과 협업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국군대전병원의 진료 역량 향상은 물론 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원격진료 및 응급의료 체계 개선 등에도 큰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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