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과학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획재정부는 내년 1분기 중에 슈퍼컴퓨터 6호기 사업비 증액 협의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2024년 정부 예산안이 확정된 만큼 늘어난 사업비는 2025년 예산안에 반영될 전망이다.
두 부처의 협의가 늦어짐에 따라 늘어난 사업비에 맞춘 6호기 구축 공고는 빨라도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슈퍼컴퓨터 구축 사업자를 즉시 선정해도 2025년 상반기는 돼야 6호기 가동이 가능한 일정이다. 만약 추가 공고에도 구축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6호기 가동 시기가 2025년 하반기까지 밀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가 슈퍼컴퓨터 5호기(누리온)는 기상청·공군·국립해양연구원 등 정부기관과 출연연이 국가 현안문제 해결을 위해 슈퍼컴퓨터를 적극 활용함에 따라 지난해부터 가동률이 상시 80% 이상을 넘는 등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인근 음식점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슈퍼컴 도입은 중요하고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며 “예산이 너무 타이트하다 보니 그런 부분(무응찰로 유찰)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사이 반도체 가격이 엄청나게 올라 엄두가 안 나는 부분도 있었다”며 “현실을 고려해 예산을 증액했고 기재부와 협의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예산안이 늘어난 만큼 6호기 구축 사업 공고에 참여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과학계에선 6호기 구축이 늦어짐에 따라 한국의 과학기술·AI 연구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일례로 5호기는 정부기관과 출연연, 대학교, 산업체 등 200여개 기관 소속 4000여명의 이용자가 국가현안문제 해결과 우주·심해 등 거대도전 연구에 활용해 왔다. 이에 6호기는 과학기술 연구와 AI 연구 인프라 부족에 시달리는 학계의 고민을 해소할 것으로 많은 기대를 받았다.
과학·AI 기술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미국 정부는 1엑사플롭스(EP, 1EP=1000PF)급 성능을 갖춘 슈퍼컴퓨터 ‘프런티어’를 구축한 데 이어 프런티어를 뛰어넘는 성능을 갖춘 차세대 슈퍼컴퓨터 ‘오로라’를 구축 중이다. 민간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도 생성 AI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561PF로 세계 3위권 성능을 갖춘 슈퍼컴퓨터 ‘이글’을 구축하고 최근 운영을 시작했다. 아마존과 엔비디아는 65EP의 성능으로 기존 슈퍼컴퓨터를 압도할 미래 슈퍼컴퓨터 ‘프로젝트 세이바’를 공동 구축할 계획이다.
중국의 경우 미국 정부의 반도체 제재를 피하고자 적어도 3대 이상의 엑사플롭스급 슈퍼컴퓨터를 확보했음에도 비밀에 부친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유로HPC 주관하에 핀란드·이탈리아·스페인 등 각국에 100~300PF급 슈퍼컴퓨터를 연달아 구축했다.
한편 과기정통부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6호기 구축과 별개로 6호기 운영을 위한 데이터센터 시설을 내년 중순 완공할 계획이다. 6호기가 600PF의 성능을 내기 위해 14㎿(메가와트)의 전력을 요구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민간의 중형 데이터센터에 버금가는 규모로 만들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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