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비슷한 참변이 지난 8월 경남 창원에서도 발생할 뻔 했으나 우연히 근처를 지나던 50대 회사원으로 인해 소중한 2명의 인명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지난 8월 17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아파트에서 에폭시 공사 도중 화재가 발생해 소방서 추산 80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내고 약 40분 만에 진화가 됐다. 당시 중학생을 포함한 6명이 중경상을 입을만큼 대형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지만, 화재 사고가 난 집안의 모녀를 목숨을 걸고 구한 ‘시민 영웅’이 있다는 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화재 발생 직후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도록 교통정리에 나섰던 청원경찰이 한 언론에서 ‘시민영웅’으로 부각되며, 정작 화재 현장에서 모녀를 구한 ‘용감한 시민’은 뒤늦게 알려졌다.
“그날 야간 근무라서 오후 4시쯤 일어나서 산책을 하는데 ‘쾅쾅’ 하는 소리가 들려 살펴보니, 우리 집 옆동 아파트에서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았어요. 그래서 큰일났구나 싶어 쫓아가니 중학생이 베란다에 나와서 살려달라고 소리지르고 있더라구요. 하필 그때 휴대전화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경비실로 급히 가서 소방서에 신고해 달라고 말하고선 화재 현장으로 다시 달려갔어요.”
불길이 거세지던 와중에 2층 베란다에서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여중생을 본 그는 자신이 받아줄 테니까 뛰어내리라고 외쳤다. 무섭다며 뛰어내리길 거부하던 학생에게 “안 뛰면 큰일난다. 아저씨가 충분히 받을 수 있으니까 뛰어내려라”고 말했고 그제서야 학생이 뛰어내려서 팔로 받아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때 학생이 “집안에 엄마 아빠가 있어요”라고 말하길래 가슴이 철렁했다는 그는 아줌마를 소리내 불렀다고 한다. 박 씨는 그제사 베란다로 나온 학생 어머니 A씨 역시 처음에는 뛰어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이 더 거세지면서 화상을 입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박 씨를 향해 몸을 날렸고, 다행히 구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후 박 씨는 경비원과 함께 A씨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고, A씨는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불행 중 다행스럽게도 남편은 현관을 통해 이미 대피했다고 한다.
이런 박 씨를 보는 아내의 마음은 어떠할까?
박 씨의 아내 안지윤(58) 씨는 “남편은 평소 운동도 많이 하지만 성격적으로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라며, “연애 때는 그런 성격이 좋았는데 지금은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안 씨는 “사람을 구해놓고도 자신은 화재 당시 트라우마로 사나흘 정도 잠을 설쳤다”고 안타까워하면서, “앞으로는 몸 좀 사리면서 다니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기 때문에 하지 말라 해도 안 할 사람이 아닌 것을 안다”며, “또 구한다 해도 성격이 그러니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이 위험에 처해 있을 때 그냥 도움을 많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영재 씨는 “생전 이런 일 남들이 하는 것만 봤지 내가 할 줄은 몰랐다”면서도, “사실 집에 와서 나 자신에게 칭찬 많이 했다”고 쑥스러워했다. 그렇지만 “사람을 살리고 나니 뿌듯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화재 예방에도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서 다시는 이런 사고가 나지 않기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건넸다.
마지막으로 그는 트라우마를 겪었는데도 또 다시 화재 현장을 지나가다 사람을 구할 거냐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합니다. 구해야 됩니다. 일단은 구해야 됩니다”라고 답해 주변을 숙연케 했다.
한편 박영재 씨는 27일 창원시청 시민홀에서 열린 ‘2023년도 4분기 시정발전 유공시민 표창 수여식’에서 인명 구조에 앞장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공헌한 의인으로 선정돼 창원시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당초 창원소방본부 마산소방서로부터 지난달 9일 ‘소방의 날’에 맞춰 감사장을 받기로 되어 있었으나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이번에 시장 표창을 받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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