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상반기 장내 신종증권(신탁수익증권·투자계약증권)에 대한 상장 준비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조각투자업계가 실익 따지기에 나섰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 심사를 거쳐 신종증권 장내 상장을 대상으로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최종 지정받았다. 그러나 유관기관, 조각투자사, 증권사 등 업권별로 이에 대한 입장이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8일 조각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탁수익증권(부동산·저작권) 쪽보다는 투자계약증권(미술품·한우)업계가 거래소 장내 거래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탁수익증권은 혁신금융서비스를 받으면 발행과 유통이 모두 가능하지만 투자계약증권 관련 업체는 발행과 유통 겸업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지난달 혁신금융서비스 인가를 받은 직후 조각투자업계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해 장내 진입 조건으로 전자증권 등록 전환을 내걸었다.
혁신금융 지정을 통해 유통에 문제가 없는 신탁수익증권과 달리 투자계약증권은 양도 제한이 걸려 있어 기존 형태로는 장내 진입이 불가능하다. 지명채권 방식으로 만들어진 현 투자계약증권 상품 구조는 소유권을 공유하고 있어 거래 시 공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투자계약증권을 대상으로 코넥스 시장과 동일한 상장 요건도 제시했다. 자기자본 20억원 이상 유지, 공시 역량 강화, 이해상충 방지, 내부통제 기준, 지정자문인 선정과 함께 도산 절연에 대한 장치 등이 별도로 필요하다.
스타트업 위주인 조각투자사들이 요건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투자계약증권업계는 거래소 장내 상장을 원하고 있다. 증권사 앱을 통해 유통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청약계좌 개설을 위해 증권사와 계약을 체결한 것도 기존 투자자를 증권사 앱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다.
투게더아트는 거래소 설명회 직후 올 상반기 지정자문인 선정에 돌입하는 등 신종증권 시장 상장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투자계약증권 1호를 상장한 열매컴퍼니 측도 거래소 조건에 맞는 형태의 기초 자산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사 등 투자계약증권 형태로 발행 준비를 하고 있는 조각투자업체들도 장내 기준에 맞춰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신탁수익증권은 샌드박스로 지정받아 발행과 유통이 모두 가능해 장내외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 혹은 둘 다 할지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이미 뮤직카우, 카사 등 기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신탁수익증권 회사들은 자사 앱에서 장외 시장 유통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장내 상장 조건은 신탁수익증권을 위주로만 가능한 구조"라며 "장외시장에서 이미 유통을 하고 있는 신탁수익업계에서는 실익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장내 거래가 이뤄진다면 기존에 자체적으로 만든 장외 거래 플랫폼에 투자자 유입이 줄어들까 걱정도 된다"며 "금융당국이 정책적으로 권하고 있지만 장내 거래가 매력적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금융위원회가 신설할 예정인 '장외중개업자' 인가를 획득하기 위한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금융위는 투자계약증권과 수익증권의 다자간 거래를 매매 체결할 수 있는 장외중개업 인가를 신설하고 이를 받은 증권사들이 중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탁수익증권업계가 발행과 유통을 현재 동시에 테스트하고 있지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기간은 4년"이라며 "조각투자도 발행과 유통 분리 원칙이 있고 발행 유통 겸업은 이해상충 이슈가 있어 둘 중 하나만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금융으로 지정받은 신탁수익증권업체도 샌드박스 종료 시 발행 쪽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이 발행에 집중하는 대신 거래는 장내외 거래 중개업자들에 넘기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외시장 플랫폼 시장 점유를 위해 NH투자증권과 KB증권, 신한투자증권은 토큰증권 공동망 구축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삼성증권과 SK증권은 3자 협의체 '파이낸스 3.0 파트너스'를 출범시켰다. 미래에셋증권은 SK텔레콤·하나금융그룹과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를 결성해 하나증권은 아이티센·INF컨설팅과 플랫폼 구축 사업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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