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에 대한 안전진단 생략 등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움직임을 두고 사업 기간과 비용을 줄여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다만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여파로 사업성이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상황 속에서 정비사업 착수기준 변경만으로는 주택공급 확대 달성은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2일 아주경제가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안전진단 생략을 통해 사업비용 부담을 덜고 인허가 단계를 단축시키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동안 구조 안전진단 비중이 정부에 따라 바뀌면서 재건축이 어려워지거나 쉬워지거나 했는데, 이번 정책은 노후된 아파트들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비교적 자유롭게 주거 환경을 개선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그러면서 용적률을 올려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고, 노후화된 기반시설을 새롭게 확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사실상 안전진단은 재건축을 막기 위해 만든 제도에 가까웠고 지금은 유명무실해져 없어지는 게 맞다"며 "안전진단을 한번 신청하고 받는 데만 1~2년이 걸리고 비용은 1억~2억원씩 든다. 불필요한 단계를 없애 사업성 있는 곳들이 진척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다.
공사비 급등에 따른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사업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안전진단 생략이 시장에 즉각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 재개발은 결국 사업성이 관건이다. 현재 공사비, 인건비가 지나치게 높고 강남권은 분양가 상한제, 다른 지역은 분양가가 너무 높은 상황이라 규제가 완화돼도 당장 사업이 이뤄지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결국 정비사업이 활성화되려면 사업성이 담보돼야 하는데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개발이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재초환 유예 등 인센티브 없이는 당장 사업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장은 "정비사업 기간이 길어지는 이유는 심의, 인허가 등 절차적 문제도 있지만 조합 내부의 갈등, 조합과 지자체의 갈등, 조합과 시공사 간의 갈등이 더 큰 요인이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대못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했다.
안전진단을 없앨 경우 무분별한 정비사업 추진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권대중 교수는 "규제 완화로 인해 고쳐 쓸 수 있는 곳까지도 전부 허물고 다시 짓는 등 무분별한 재건축, 재개발로 경제적 손실이 커질 수 있다"며 "또 안전진단 절차 없이 여기저기서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투기가 일어날 수 있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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