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미국 경제 연착륙 전망을 내놓았다. 인플레이션 둔화에도 고용 시장이 견조한 흐름을 유지할 것이란 미국 경제 순항론에 힘을 보탠 것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먹구름에 휩싸일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고금리에 따른 기업 파산 증가 및 상업 부동산 침체,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긴장이 미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를 짓누를 것이란 관측이다.
IMF 총재 “미 경제 연착륙..분열은 우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2일(현지시간) 방송된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확실히 연착륙을 향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 결단력을 거론하면서 “소기업들에는 특히 고통스러운 일이었지만 (미국) 경제를 경기침체로 몰아넣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에게는 일자리가 있고, 물가 상승이 둔화되기 때문에 올해 금리도 내려갈 것”이라며 “힘내자. 새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 대선 전망과 그의 보호주의 무역정책 복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치인들이 세계화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보호하지 않으면 사회적 분노와 고립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특히 세계화 역행에 따른 미래 경쟁력 저하를 우려했다. 그는 미래 친환경 기술에 필요한 핵심 광물에 대한 접근이 차단될 수 있다면서 “이는 급변하는 세계 경제의 미래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갈륨, 게르마늄 및 흑연 수출 통제에 나서는 등 미국의 첨단 기술 수출 통제에 자원 무기화로 맞서고 있다.
고금리부터 전쟁까지 '먹구름 모여든다'
반면 미 경제 연착륙이 지나친 장밋빛 전망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에는 미국 경제에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란 비관론이다. 로이터통신은 “팬데믹 시기에 쌓아 둔 저축이 점점 고갈되면서 먹구름이 모여들고 있다”며 “연준이 올해 말까지 금리를 최대 1.5%포인트 내리더라도 기준금리는 지난 20년간 유지된 수준보다 높은 4%에 달한다”고 짚었다.연준이 금리 인하 기조로 전환하더라도 여전히 높은 기준금리는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정보업체 S&P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기업의 파산 신청 건수는 총 591건으로 2020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고금리가 계속되는 한 파산 신청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취약한 고리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만기가 조만간 만료되는 미국 605개 건물 가운데 224개가 재융자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추정했다. 대출이 과도하게 많거나 임대 실적이 부진해서다.
아울러 두 개의 전쟁,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따른 세계화 역행, 글로벌 질서의 변화를 예고하는 미국 대선 등 굵직한 선거 등도 세계 경제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날 발표된 미국 경제 지표도 약세를 나타냈다. 미국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최종치는 47.9로, 전월(49.4)보다 하락했다. 제조업 경기 위축 심화는 고용 시장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은 올해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3%(연율)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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