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가 현실화할 경우 향후 3년간 4조원 넘는 세금 수입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잇단 감세 정책 추진이 경기 대응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투세가 2025년부터 본격 시행될 경우 2027년까지 3년간 4조328억원의 세수 증가가 예측된다. 연평균 1조3443억원 규모다. 정부 예고대로 금투세가 폐지되면 4조원 이상의 세수가 줄어드는 셈이다.
금투세는 주식과 파생상품, 채권 등에 대한 투자 이익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상장 주식은 5000만원, 기타 금융상품은 250만원 넘는 이익에 과세한다.
당초 2023년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여야 합의에 따라 시행 시기가 2025년으로 미뤄졌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증시 개장식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했다.
일각에서는 금투세 과세 대상이 소수에 그쳐 증시 활성화에 도움이 될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한다. 기획재정부는 2020년 세법 개정안 제출 당시 금투세 과세 대상을 15만명으로 예상했다. 2019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중복 제외) 600만명 중 2.5%에 해당하는 수치다.
금투세를 포함해 정부가 세수 감소를 동반하는 정책을 줄줄이 내놓는 데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주식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단행한 게 대표적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세금 부담을 줄이고 연말 증시 변동성을 줄이겠다는 명분이지만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나온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다.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에 금투세 폐지도 담겠다는 방침이지만 소득세법 개정 사안이라 야당의 동의 없이는 통과가 불가능하다. 연내 관련 법 개정이 무산되면 내년부터 금투세 과세가 시작된다.
금투세와 밀접하게 연관된 증권거래세나 주식양도소득세 제도에 대한 논의가 충분치 않다는 점도 시장 혼란을 야기하는 대목이다. 증권거래세의 경우 금투세 도입에 따라 폐지를 목표로 매년 단계적으로 세율 인하가 이뤄지고 있다. 증권거래세 폐지에 따른 수조 원의 세수 감소분을 금투세로 만회한다는 복안은 원점 재검토가 필요해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측 간사인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증권거래세 등과 맞물려 있어 한꺼번에 논의해야 하는데 엉뚱한 타이밍"이라며 "내년도 예산안과도 연관된 사안이라 지금 언급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2023년 개정세법 심의 결과 및 주요 내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세법에 따라 내년부터 2028년까지 4조8587억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세목별로는 자녀장려금 대상·지급액 확대에 따른 소득세 감소가 2조6971억원으로 가장 컸다. 올해부터 자녀장려금 신청 소득요건을 기존 총소득 기준금액 4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지급액은 자녀 1인당 기존 최대 8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상향한 결과다. 여기에 자녀세액공제를 확대하면서 추가로 3885억원의 소득세 수입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 밖에 세제 혜택을 받는 국가전략기술에 바이오의약품이 추가되면서 5293억원의 법인세가 더 줄고, 반려동물 진료비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로 부가세 4012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재정 여력이 약화하면 급변하는 경기 변동에 대응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양경숙 의원은 "정부가 여야 합의 사항을 파기하며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지난해 역대급 세수 감소가 발생한 상황에서 향후 부족한 세수를 어떻게 보완할지 대책도 없이 세수 포기를 자처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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