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빨간불....HUG '혈세 투입'으로 재무부담 가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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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섭 기자
입력 2024-01-0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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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앞. [사진=연합뉴스]


건설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 불똥이 튈지 우려되고 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불발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태영건설 분양 사업장 중 공사가 중단되는 곳이 나오면 HUG의 보증사고 지출이 대폭 늘어날 수 있어서다. 지난해 전세사기 여파로 HUG가 대신 세입자에 갚아야 할 대위변제액 등이 급격히 늘어나 HUG의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라 재정 악화 우려가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4일 정부와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태영건설이 공사하고 있는 주택사업장 가운데 분양이 진행된 22개 사업장(1만9869가구) 중 HUG의 주택 분양보증에 가입된 곳은 14개 사업장(1만2395가구)이다. 보증 잔액은 약 2조원에 이른다. 30가구 이상 아파트를 분양하는 사업은 보험 역할을 하는 HUG 분양보증에 가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정부는 태영건설이 공사를 지속하거나 시공사를 교체하는 등 분양이행 노력에도 사업의 정상 추진이 어려울 경우 HUG를 구원투수로 올릴 방침이다. HUG의 분양보증을 통해 분양계약자에게 기존에 납부한 계약금 및 중도금을 환급하도록 하는 식이다.

문제는 HUG의 재정건전성이 이미 한계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1∼6월) HUG의 순손실은 1조3281억원으로 2022년 상반기(1847억원) 대비 7배 이상 늘었다. HUG가 지난해 5월 작성한 '2023∼2027년 중장기 재무계획 전망치'에서 올해 당기순손실을 1조7558억원으로 예상했는데, 전세사기 여파로 세입자 대위변제액이 급증하면서 반년 만에 1년 예상치에 이미 근접한 것이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작년 HUG의 당기순손실은 4조9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대위변제액 회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2019년 58% 수준이던 HUG의 대위변제액 회수율은 지난해 10%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또한 지난 2년간 한 건도 없었던 분양 보증사고가 올해 갑자기 12곳으로 대폭 늘어나면서 지난해 HUG가 보증한 금액은 이미 약 8500억원에 이른다. 

HUG의 재정건전성이 크게 흔들린 상황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불발은 HUG의 재정난 악화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 태영건설의 사업장 중에 공사가 중단되는 곳이 나와 HUG가 분양대금을 환급해야 하는 상황이 더해지면 재정건전성 악화로 보증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다만 HUG는 보증여력을 넓히기 위한 법이 통과됐고 수조원 규모의 추가 출자를 통한 자본 확충 등이 논의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2월 HUG의 법정자본금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하고 보증배수를 70배에서 90배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이 통과된 바 있다.

HUG 관계자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와 관련해서는 아직 보증사고가 발생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상황을 볼 때 HUG가 정의한 보증사고로 이어질 사업장은 적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HUG는 △시행사가 부도·파산한 경우 △실행공정률이 예정공정률보다 25%p 이상 차이날 경우 △실행공정률 75% 이상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6개월 이상 공사 지연될 경우 △시공자가 부도·파산 등으로 공사중단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등 4가지를 분양 보증사고로 정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건설업계 침체기에 태영건설처럼 유동성 위기로 차질을 겪는 사업장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분양보증을 선 HUG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국민 세금 투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태영건설 하나라면 HUG 보증 규모로 충분히 감당하겠지만, 중소건설사로 부동산PF 리스크가 확산되면 HUG의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사태가 확산되면 결국 국민 혈세가 추가적으로 투입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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