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사흘 연속 포사격을 감행하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여기에 북한 군부에서 가장 호전적인 인물로 꼽히는 박정천 노동당 군정지도부장이 해임 1년 만에 '군부 1인자' 자리에 복귀하고, 핵·미사일 개발 주역들이 핵심 요직을 차지하면서 한층 강도 높은 군사 도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 군은 지난 5일 백령도 북방 장산곶 일대와 연평도 북방 등산곶 일대에서 200발 이상 해안포 사격을 실시했다. 이어 6일에도 서북도서 지역에서 포탄 60여 발을 발사했으며 해당 포탄은 모두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 완충구역에 떨어졌다. 7일에도 북한 측이 발사한 포탄 소리가 포착됐다.
해상 완충구역은 2018년에 체결된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해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해 서해와 동해 NLL 일대에 설정됐다. 포사격과 해상기동훈련은 군사합의 위반이다. 이에 대응해 우리 군도 포탄 400여 발을 지난 5일 오후 우리 측 서해 해상완충구역으로 발사했다. 군이 해상완충구역으로 포를 쏜 건 9·19 군사합의 체결 후 처음이다. 두 번째 북한 도발 사격에 대해서는 대응하지 않았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박정천 복귀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포병사령관 출신인 박정천은 2022년 11월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겨냥해 '끔찍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한 뒤 곧바로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린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26~30일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열린 당 중앙위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선출됐고 당 비서로도 뽑혔다. 2022년 12월 당 전원회의에서 소환·해임됐던 직책에 1년 만에 복귀한 것이다. 북한 핵·미사일 개발 및 군수공업 핵심 관계자들 역시 요직에 올랐다. 반면 경제정책을 이끈 내각 구성원은 상당수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연이은 군사 도발이 오는 4월 한국 총선과 11월 미국 대선 등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미국이 올해 대선 국면에 들어가 국제 문제에 관심을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북한이 핵 보유 자신감을 바탕으로 다시 서해 NLL 무력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이번 북한 도발에 대해 "9·19 군사합의 파기에 따른 군사적 훈련 복원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총선용보다는 최근 대립과 대결로 치닫는 남북 관계 현주소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반도가) 책임 전가, 내로남불의 냉전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다"면서 "남북한 군부들은 말폭탄이 행동화로 나아갈 때 정권 종말이 아닌 민족 종말, 한반도 지도가 사라진다는 것을 꼭 상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