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주택이 모여있는 지역의 병원과 의사 수가 저가주택 군집 지역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토연구원의 '도시 내 고가주택 군집지역과 저가주택 군집지역 간 거주환경 격차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집값에 따른 지역별 격차는 보건복지와 교육 환경에서 가장 뚜렷했고, 공공도서관·체육시설도 차이가 컸다.
이번 연구는 455개 서울 내 고가주택 밀집 기초구역(공시가격 평균 13억원), 1025개 저가주택(공시가 평균 2억원) 군집 기초구역을 분류해 교통·생활·보건복지·교육·문화체육 등 거주환경 수준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병원 수는 고가주택 군집지역이 2547개, 저가주택은 2521개로 고가주택 지역이 조금 더 많았다. 그러나 인구 1만명당 병의원 수를 따져보면 고가주택 군집지는 25.5개, 저가주택 군집지는 14.9개로, 고가주택 지역이 70% 많았다.
인구 1만명당 의사 수 역시 고가주택 군집지는 50.9명, 저가주택 군집지는 22.2명으로 2배 넘게 차이가 났다.
저가주택 지역은 인구 대비 응급실이 더 많고, 응급실까지 거리가 짧았다. 또 고가주택 군집지역에 사는 사람은 평균적으로 0.5m를 저가주택 군집지역에 사는 사람보다 더 걸어야 병의원에 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저가주택 군집지를 공공병원, 의료원 설치 우선 지역으로 지정해 병의원과 의사 수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시도별 병의원 및 의사 수 격차는 물론 도시 내에서의 상대적 격차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병의원 입지는 민간에서 이뤄지지만, 공공병원을 저가주택 군집지에 집중적으로 조성해 지역 간 격차를 좁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병원·의사 수와 함께 격차가 큰 지표는 중학교 졸업생의 특목고 및 자사고 진학률이었다.
고가주택 군집지 내 중학교 졸업생의 특목고 및 자사고 진학률은 18.2%로 저가주택 군집지(6.0%)에 비해 3배 높았다. 고가·저가주택이 섞여 있는 비군집지 진학률은 9.2%였다.
인구 10만명 당 공공도서관 수는 고가주택 군집지가 2.3개, 저가주택은 1.7개였고, 체육시설은 고가주택 8.1개, 저가주택 5.4개였다.
교통환경 역시 격차 해소가 필요한 부문으로 지적됐다. 저가주택 군집지는 고가주택보다 인구 대비 지하철역 수, 정차 버스노선 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저가주택 군집지의 학생들에게 적합한 프로그램, 학급을 제공해 중학교 졸업생의 자사고 및 특목고 진학률 격차가 일어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지하철역이 가깝지 않고, 버스 노선이 부족한 곳에 대한 형평성을 충분히 고려해 교통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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