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자산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태영건설 사태로 인해 유동성 개선이 필요한 상황에 부실 자산 규모가 더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48개 증권사의 고정이하자산(부실 자산)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3조8833억원, 고정이하자산 비율은 142%를 기록했다. 2021년보다 각각 1조6157억원, 52%포인트 증가하며 처음으로 고정이하자산이 3조원을 넘어섰다.
앞서 감소세를 보였던 고정이하자산은 2018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연도별 증권사의 고정이하자산(연말 기준)을 살펴보면 △2018년 1조1592억원(고정이하자산 비율 119.29%) △2019년 1조2212억원(86.83%) △2020년 2조327억원(72.86%) △2021년 2조2666억원(89.99%) △2022년 2조6718억원(137.49%) 등으로 집계됐다.
증권사 자산 건전성은 채무 상환 능력 등을 고려해 자산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으로 분류한다. 이때 고정이하자산은 부실 자산으로 구분된다. 고정은 이익이 나지 않지만 회수 가능한 자산, 회수의문과 추정손실은 회수하기 어렵거나 잠정 손실로 집계해 손실 가능성이 높은 자산을 가리킨다. 자산을 회수하지 못해 손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고정이하자산 비율은 총자산 중 고정이하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을 가리킨다. 증권사 자산 건전성을 판단하기 위한 지표로 사용되며 수치가 낮을수록 자산 건전성이 양호한 것으로 판단한다.
고정이하자산 비율은 2021년을 기점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당시 호실적을 기록한 다수 증권사가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기 위해 자기자본을 확충했기 때문이다. 자기자본이 늘어나며 익스포저(위험노출액) 한도를 늘려 익스포저 규모 자체가 높아졌다는 해석이다.
증권사 중 고정이하자산 비율이 가장 높은 증권사는 도이치증권으로 48.96%를 기록했다. 총자산 중 절반이 부실 자산인 셈이다. △BNK투자증권(12.19%) △하이투자증권(7.56%) △유진투자증권(7.55%) △현대차증권(6.42%) 등이 고정이하자산 비율 5% 이상을 기록했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대형사 중에서는 신한투자증권이 4.62%로 가장 높았다. 아울러 태영건설과 관련해 언급되고 있는 증권사를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1.88%) △KB증권(0.72%) △메리츠증권(2.35%) △대신증권(0.59%) △다올투자증권(3.96%) △SK증권(3.59%) 등으로 집계된다. 고정이하자산 비율이 비교적 높은 곳 대부분이 중소형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분석한 대로 대형사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으로 인한 재무적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며 “자기자본 규모가 작은 중소형사는 PF로 인한 자산 부실화가 가시화하면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형사도 PF 리스크 외에 사업 다각화에 따른 다양한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재무건전성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효섭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대형사는 PF 리스크 외에도 해외대체투자 및 기업금융, 매도파생결합 증권 등 다양한 위험을 가지고 있다”며 “수준 높은 리스크 관리 능력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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