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꽉 쥐고 있던 암호화폐 거래소들 입지가 흔들릴 전망이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으로 주식 계좌를 통해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굳이 거래소를 통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더구나 비트코인 현물 ETF 운용업체들은 ‘수수료 0%’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거래소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수수료를 대폭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쉽고 저렴하게' 비트코인 간접 투자 길 열렸다
CNBC와 로이터통신 등은 현물 비트코인 ETF가 암호화폐 시장 판도를 뒤집을 것이라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날 ETF 11개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각 비트코인 현물 ETF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나스닥,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등에서 거래될 예정이다. 투자자들이 크라켄,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 암호화폐 거래소에 방문하지 않아도 주식 계좌를 통해 비트코인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물 ETF는 비트코인 가격을 추종하는 펀드다. 투자자들이 직접 비트코인을 사는 게 아니라 간접 투자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암호화폐 지갑이나 개인 키를 관리하는 번거로움 등이 없다. 그간 암호화폐 시장을 외면했던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현재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인은 총 5200만명으로, 미국인 6~7명 중 1명이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다.
운용업체들은 투자자들을 확보하기 위해서 수수료를 대거 낮추고 마케팅 전쟁도 시작했다. 비트와이스와 반에크는 ETF가 승인되자마자 상품 광고를 시작했다. 비트, 인베스코, 피델리티, 위즈덤트리, 발키리는 투자 첫 6개월간 수수료 0%를 내걸었다. 수수료가 1%를 넘는 곳은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1.5%)뿐이다.
“비트코인 10% ETF로”···혈전 예고
운용업체들이 내건 수수료는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 수수료보다 낮다. 코인베이스는 개인투자자들에게 투자금 1000달러(약 132만원)까지 1.5~3%를, 최대 1만 달러까지는 최대 0.6%를 수수료로 부과한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운명이 불확실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기대감에 지난 1년간 코인베이스 주가는 약 400% 급등했다. 블랙록을 포함한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사 대부분이 수탁 협력사로 코인베이스를 선택했다. 이를 통해 코인베이스는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보관 수익 등을 대거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월가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이번 ETF 승인으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봤다. 거래소 핵심 수익원인 수수료가 쪼그라들 것이란 분석이다.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향후 5년 이내에 비트코인 공급량 중 10%인 약 3000억 달러(약 394조원)가 ETF를 통해 관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거래 수익이 감소하면 거래소들은 휘청일 수밖에 없다. 코인베이스는 지난해 3분기 순매출액에서 거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6%에 달했다. 더구나 거래소들은 ETF 거래가 허용되지 않는다.
모닝스타 전략가인 브라이언 아머는 “비트코인 현물 ETF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거래량을 크게 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은 ETF 활성화로 거래소의 신규 계정 성장 속도가 둔화하면서 코인베이스가 수수료를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일부 증권사들은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금 ETF 시장점유율이 단 1.4%에 그치는 점에 비춰볼 때 비트코인 현물 ETF가 몰고 올 바람은 미풍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