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인공지능(AI)판 앱 마켓'으로 불리는 GPT스토어를 정식 출시했다. 국내 AI업계는 초거대언어모델(LLM)을 통한 수익화 방안에 골몰하는 오픈AI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GPT스토어가 미칠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갈리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AI업계에 미칠 영향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10일(현지시간) 오픈AI는 자사 블로그를 통해 GPT스토어 출시 소식을 알렸다. 구글·애플 앱 마켓처럼 각 기업이나 개인이 GPT를 바탕으로 개발한 다양한 앱을 거래할 수 있다. 현재는 유료 멤버십인 '챗GPT 플러스' 고객과 기업 고객만 이용 가능하다.
오픈AI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챗봇 빌더 'GPTs'를 활용해 이용자들이 쉽게 챗봇을 만들고, 이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수수료 등 구체적인 수익 모델은 오는 3월 공개 예정으로, 일단은 서비스 사용량에 따라 수익을 배분한다는 방침이다.
GPT스토어는 애초 지난해 11월 출시 예정이었으나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해임 사태 여파로 일정이 다소 미뤄졌다. 오픈AI에 따르면 이미 300만개가 넘는 맞춤형 앱이 개발됐고, 이미지 생성·글쓰기·학술·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의 앱들이 준비됐다. 오픈AI는 매주 새롭게 다양한 앱을 추천하는데 첫날에는 개인별 걷기·달리기 코스를 제안하는 앱, 코딩 방법을 알려주는 앱, 학술 연구를 보조해 주는 앱 등을 추천했다. 달리 등 오픈AI에서 직접 만든 앱과 파트너사들의 다양한 앱도 배포했다.
GPT스토어를 통해 앞으로 GPT를 토대로 만든 챗봇 형태의 앱이 활발하게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앱을 글로벌 전역에 쉽게 배포할 수 있도록 한 앱 마켓과 유사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특히 GPTs를 통해 챗봇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쉽게 만들 수 있게 된 만큼 생성 AI를 활용한 서비스 개발 장벽도 크게 낮아졌다.
국내 AI업계에서도 GPT스토어 출시로 인해 업계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자체 기술력 없이 챗봇 기반으로 단순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AI 업체들은 GPT스토어 출시가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AI 스타트업 대표는 "이미 GPT스토어가 GPT라는 좋은 LLM을 바탕으로 잘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생성 AI를 활용해 신규 서비스를 준비하는 후발 주자들은 기회가 축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대형 IT업체의 한 관계자도 "별다른 특징 없이 단순히 PT를 파인튜닝 해 챗봇 기반의 서비스를 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출시된 GPT스토어의 기능으로 보면 당장 업계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GPT를 활용해서 챗봇을 만드는 형태라고 할 수 있는데, 일단 다른 기술이나 데이터를 연동·융합하는 기능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아직은 간단하게 GPT를 잘 쓸 수 있게끔 패키징한 것들을 모아 놓는 수준으로 보이지만, 향후 발전 방향을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GPT스토어가 국내 AI 생태계 전반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손병희 마음AI 연구소장은 "GPT스토어로 더 많은 사람이 고급 AI 기술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비즈니스·교육·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의 활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스타트업과 개발자들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빠르게 시장에 출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AI업체들도 자사 서비스의 GPT스토어 입점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폴라리스오피스는 이날 자사 '가이드 챗봇'을 GPT스토어에 등록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업무 생산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수의 챗봇을 순차적으로 서비스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글과컴퓨터 역시 향후 챗봇과 오피스 소프트웨어, 광학문자인식(OCR) 등 생성 AI 기반 기술들을 등록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여러 국내 개발자가 이날 GPT스토어에 다수 앱을 업데이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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