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만 총통 선거에서 나타난 제3세력 돌풍이 올해 말 있을 미국 대선에서도 나타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만과 미국 모두 기존의 양당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제3세력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제3세력으로 평가받는 대만민중당의 커원저 후보는 약 26%의 득표율로 존재감을 유감 없이 드러냈다.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득표율 40.05%),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득표율 33.49%)에 이어 제3위를 차지했지만 기존의 양당 체제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쟁력을 입증한 셈이다.
실제로 이날 총통 선거와 같이 진행된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대만민중당은 국민당(52석), 민진당(51석)에 이어 8석을 차지함으로써, 2020년 총선 대비 3석의 의석을 추가로 확보했다. 양당 체제하에서 결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캐스팅보터로서의 역량을 갖추게 된 것이다.
대만 통신사에 따르면 커원저 후보는 이날 선거 결과 발표 후 지지자들에게 대만민중당이 '중요한 소수'로서 3당 체제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앞으로 대만민중당이 캐스팅보터는 물론, 3당 체제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와 같은 제3세력 대만민중당의 돌풍은 양당 체제하에서 정치적 피로감이 높았던 젊은 층 유권자들에게 어필한 것이 컸던 모습이다. 친미 노선을 표방하는 집권 민진당과 친중 노선을 걷는 국민당 간 논쟁이 날로 격화되는 가운데 의사 출신인 커 후보는 정치 및 외교적 주장보다는 경제 등 실용 노선을 내세우며 차별화된 전략을 취했다.
커 후보는 투표 전날인 12일 "대만 국민들은 끊임없는 파랑(국민당)-녹색(민진당)의 정치적 분열에 점차 지쳐가고 있다. 그들은 자기 당의 이익만 추구하고, 인민들의 권익은 무시하고 있다"며 "이러한 정치적 현상이 인민들의 개혁 희망이 높아진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실 양당 구도 정치에 싫증을 표하고 있는 것은 대만뿐이 아니다. 세계 정치권의 메가톤급 이벤트인 미국 대선이 올해 11월 열릴 예정인 가운데 미국 유권자들 역시 민주당과 공화당 중심의 양당 정치 체제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 미국 대선에서는 재선을 노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리매치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대선 후보를 향한 미국 유권자들의 부정적 인식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9월 미국 싱크태크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비친 응답자의 비율은 28%로 3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응답자 중 25%는 두 정당 모두 자신들을 잘 대변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또한 작년 11월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응답자 중 63%가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미국인들을 대표하는 데 있어 "매우 잘 못하고 있다"며 "큰 3당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7%포인트나 높아진 것으로, 2003년 해당 질문 개시 이후 최고 수치이다.
이와 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올해 미국 대선 준비 과정 중에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비롯한 제3세력들의 부상이 눈에 띄고 있다.
미국 발도스타대학교의 정치학자 버나드 타마스 교수는 "제3세력들에 엄청난 기회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선거는 아마 매우 박빙일 것"이라며 "이는 대선급에서 제3세력 후보들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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