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을 관통하는 '제3지대'를 놓고 빅텐트와 이른바 '떴다방'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 신당 '새로운미래(가칭)'를 비롯해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미래대연합' 등 제3지대 신당 추진 세력들이 공개적으로는 연대를 외치면서도 4월 총선과 향후 정국 향배를 놓고 치열한 눈치싸움에 돌입한 것이다. 이 전 총리의 빅텐트론에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은 '떴다방'을 언급하며 튼튼한 집을 지어야 함께 할 것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당 '미래대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에서 '제3지대 빅텐트'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전 총리는 "미래대연합 창당준비위원장 다섯 분 가운데 정태근 전 한나라당 의원께서 빅텐트를 말했다"며 "좀 추우면 어떻겠나. 그 텐트에서 기꺼이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겠다"고 약속했다. 본인이 추진하는 신당 '새로운미래'도 출범을 앞둔 상태라서 신당 출범과 빅텐트 논의를 함께 시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총리는 "한국 정치사에서 오늘은 우리 국민들이 비로소 정부와 정당을 선택하는 권리를 회복하는 국민 복권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며 "우리 정치가 기득권 양당의 포로에서 벗어나는 정치 해방의 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신당을 준비하면서 제3지대 세력 간 연대를 꾸준히 언급해 온 바 있다. 그는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 기자회견에서 "우선 민주당에서 혁신을 위해 노력하셨던 의원 모임 '원칙과상식' 동지들과 협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전 총리는 출범식 참석에 앞서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이 정강정책위원장, 김종민 미래대연합 공동추진위원장과 '3자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전 총리는 제3지대 연대와 같은 '또 다른 빅텐트론'과 관련된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제3지대의 본격적인 빅텐트 논의는 물밑에서 진행 중이다. 그간 제3지대 세력 내에서 양자 회동이나 3자 회동은 꾸준히 지속됐으나 전체 세력이 참여한 공개 회동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16일 이 전 총리의 새로운미래가 창당발기인 대회를 열고, 개혁신당이 오는 20일 공식 출범을 하면 빅텐트 경과를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들 간 완벽한 연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도 성향인 미래대연합, 진보 성향인 새로운미래와 달리 보수 성향인 개혁신당을 이끄는 이 위원장은 빅텐트론에 다소 회의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미래대연합 출범식에서 "텐트보다 멋있는, 비도 바람도 막을 수 있는 큰 집을 지었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후 이 위원장은 취재진과 만나 발언 수위를 더욱 높였다. 그는 "말이 빅텐트지 사실 나는 텐트에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텐트는 왠지 야영하다가 걷어갈 것 같은 느낌"이라며 "그래서 좀 튼튼한 집에서 살고 싶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이 큰 집에 참여하려는 정파들은 국민 앞에 다음 대통령 선거 정도까지는 무조건 함께할 것을 서약해야 한다"며 "이것이 '떴다방' 같은 이미지로 비친다면 그런 결사체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확실히 못을 박았다.
정치권에서도 이들의 빅텐트가 성사되기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많다. 현재 난립한 제3지대 신당의 이념이나 색깔이 제각각이고, 각 당 대표들 성향이나 걸어온 길도 엇갈리기 때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진보와 보수라는 진영 논리, 젠더 이념, 노사 갈등에 대한 관점 등 다른 점이 너무 많다"며 "당대당 통합은 있을 순 있겠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전 총리와 이 위원장은 정치 경험과 사상, 사고방식이 전혀 다르지 않으냐"며 "다만 지역구 연대는 가능할 것 같다. 한쪽에서 후보가 나오면 다른 쪽이 후보를 내지 않고, 양당 모두 꼭 나가겠다는 후보가 있으면 경선에서 단일화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빅텐트로 모이더라도 총선 이후 제22대 국회 출범 후 산산조각 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빅텐트 성패에 상관없이 새 국회가 출범하면 세력은 갈라질 것"이라며 "30석 이상 차지했다 하더라도 주도권 싸움으로 깨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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