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금융업권별 건설·부동산업 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전체 금융권의 건설·부동산별 대출 잔액은 608조5000억원이다. 역대 최대 기록으로 전년인 2022년 3분기 580조8000억원보다 4.8% 늘었으며, 2년 전(497조6000억원)보다는 22.3% 급등했다.
2금융권만 따로 떼어보면 대출 규모는 더 심각하다. 비은행권(저축은행·새마을금고를 제외한 상호금융조합·보험사·여신전문금융회사)의 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2년 전 155조원에서 193조6000억원으로 24.9%나 증가했다. 또한 부실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대출 연체율을 따져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실제 지난해 3분기 비은행권의 건설 대출 연체율은 5.51%이며, 부동산 대출 연체율은 3.99%에 이른다.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년 새 3.1배, 2.6배로 뛰었다.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건설업이 7.34%, 부동산업은 5.97%로 집계됐다. 1년 전(2.20%·2.52%)의 3.3배, 2.4배 수준이다. 부동산업은 2018년 4분기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고, 건설업은 2017년 1분기(8.42%) 이후 6년 6개월 만의 최고 기록이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금융사들은 보통 NPL이란 이름으로 부실채권을 분류해 둔다.
금융권에선 1년 사이 빠르게 증가한 부실 지표를 두고 제2 태영건설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심하면 2011년 저축은행 사태급 위기가 발생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던 2007년 막대한 이익을 내며 부동산 사업 대출에 손을 댔지만 건설 경기가 무너지고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치자 대출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차례로 쓰러진 때와 지금이 비슷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당시를 반면교사 삼아 부실 사업장을 빠르게 정리하고 이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을 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일부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가 많은 예금취급기관의 경우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며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부실자산 상·매각 등을 통한 관리에 소극적으로 임하면 부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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