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격렬한 이란과 예멘 후티반군의 저항에 잠시나마 하향곡선을 그렸던 석유 선물시장은 다시 상승곡선으로 전환했으며, 석유제품 가격은 하락장에 돌입할 새도 없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 물가와 직결되는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1월 초와 비교해 하락했지만 홍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중된다면 상승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월 둘째 주(1월 8~11일) 서부텍사스원유(WTI)의 주간 평균가격은 전주 대비 0.67달러 내린 71.6달러를 기록했다. 14일 종가 기준으로는 소폭 상승한 72.66달러다.
선물시장에서 국제유가가 1월 둘째 주 하향곡선을 그린 배경에는 산유국의 가격경쟁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아람코사는 아시아향 2월 선적분 OSP를 전월 대비 배럴당 2달러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2021년 11월 이후 최저점이다.
글로벌 석유 수요감소에 따라 산유국 간의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국의 석유 수요가 예상치보다 낮게 나타나자 가격을 인하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OPEC의 생산량은 오히려 증가했는데, 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OPEC의 원유 생산량 추정치는 하루 2788만 배럴로 전월 2781만 배럴보다 소폭 증가했다.
글로벌 석유 수요를 가늠하는 미국의 상업 원유 재고도 증가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5일 미국의 상업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130만 배럴이 증가했다. 이는 70만 배럴이 감소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치를 뒤집은 결과다.
국제금융 측면에서는 세계 경제성장전망이 3년 연속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장시간 국제유가를 내리는 요인이 됐다.
지난 9일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4%로 밝혔다. 이는 지난해 2.6%와 비교해 0.2%포인트 낮은 수치다. 글로벌 경제지표 악화는 석유수요 감소와 이어지면서 국제유가 하락의 원인이 된다.
주요국의 고금리 유지 가능성 역시 국제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는데, 미국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개선되고는 있으나 목표치와 아직 거리가 있으며 금리를 당분간 높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인 이사벨 슈나벨은 금리 인하 논의가 시기상조라고 언급한 바 있다.
고금리 기조는 석유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면서 국제유가 하락 요인이 된다.
하지만 여러 가지 하락 요인이 되는 국제정세에도 하락장은 오래가지 않았다. 홍해 인근의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다시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 이유다.
지난 8일 미국과 영국의 개입으로 홍해 물동량이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국제유가는 올해 일간 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11일 이란 해군이 오만 인근 해상에서 유조선을 나포한 일이 발생하자 다시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발생했다. 하루 앞선 10일에는 예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 선박을 홍해에서 공격했다고 주장하면서 홍해 인근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세계 최대 해상물류 통로인 수에즈운하와 홍해 인근의 위험도 상승은 국제유가의 상승원인이 된다.
현물시장인 두바이 원유 가격은 지난 12일 배럴당 79.03달러로 올해 고점을 찍었으며, 국제유가와 비교해 가격 변동이 다소 늦는 주요 석유제품 가격은 국제유가 하락세에 편승하기도 전에 상승장에 올랐다.
1월 둘째 주 아시아 역내 석유제품 가격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시장에서 등유 가격은 전주 대비 0.84달러 오른 배럴당 100.7달러를 기록했다. 경유(0.001%) 가격은 전주 대비 0.37달러 오른 100.01달러다.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당장은 소폭 내렸으나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하면 다시 리터당 1600원대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월 둘째 주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7원 내린 리터당 1570.2원을 기록했다. 경유 판매 가격은 전주 대비 9.5원 내린 리터당 1482.6원이다.
15일 기준 휘발유 판매가격은 이보다도 5원 내린 리터당 1565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은 리터당 1476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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