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에 보폭을 맞췄다. 17일부터 대형 생명보험회사들은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금리를 0.3%~0.49%포인트 낮추며 지난해 말 발표한 '상생방안' 추진과제를 실행한다. 약관대출은 계약자가 보험의 보장기능은 유지한 채 해약환금급을 담보로 신청하는 대출로 소액·생계형 자금 조달 수단이다.
대표적으로 한화생명은 이날 금리확정형 약관대출 가산금리를 1.99%에서 1.5%로 0.49%포인트 인하할 예정이다. 약 40만명의 기존 차주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다음 달 1일 가산금리를 1.8%에서 1.5%로 0.3%포인트 내린다. 교보생명도 0.49%포인트 인하해 다음 달 중 1.5%의 가산금리를 적용할 방침이다. 앞서 손해보험업계는 2.4~3.0%의 자동차 보험료 인하와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인상 자제 등을 통해 상생금융에 동참하기로 했다.
카드업계와 저축은행업계는 당장 화살을 피했지만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업권별로 사정이 다른 만큼 일률적인 상생안을 요청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상생금융 청구서가 언제, 어떻게 날아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들은 실적과 건전성이 동시에 악화하는 상황에서 상생금융 압박까지 덮치면 '사면초가'라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적자 규모가 불어난 저축은행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손실액은 1413억원으로 상반기(960억원 순손실)보다 453억원 늘어났다. 자산건전성도 위험 단계에 이르렀다. 79개 저축은행 중 당국이 제시한 고정이하여신 비율 권고치 8%를 넘긴 곳은 20곳이나 된다. 이 중 절반인 10개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0%를 넘겼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좋지 않아 상생금융에 나설 여력이 없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말한 '횡재세'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입장에 따라야겠지만 지금은 리스크 관리와 업황 회복에 집중할 때"라면서 "당국도 현재 이쪽엔 상생금융에 대한 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