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공시된 국책은행·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서민금융진흥원·신용보증기금·예금보험공사·IBK기업은행·KDB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주택금융공사)의 비상임이사 활동 내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사회 의결 안건 327건 중 326건이 가결됐다. 가결률은 99.7%로, 부결된 안건은 단 한 건에 불과했다.
부결된 단 한 건은 기업은행에서 나왔다. 지난 4월 열린 기업은행 이사회에서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에 기부금을 출연하는 안건이 올라왔는데, 기업은행 비상임이사 4인 전원은 해당 안건에 대해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가결된 안건 중 반대 의견이 제시된 경우도 두 건에 불과했다. 박정훈 신용보증기금 비상임이사가 지난해 11월 열린 이사회에서 △2023년 특수채권 매각(안) △2023년 하반기 구상채권상각(안) 등 두 안건에 대해 반대한 의견이 유일했다.
더욱이 일부 금융공기업 비상임이사 중에는 1년에 몇 번 열리지 않는 이사회에 빠지는 사례도 더러 있었다. 이날까지 공개된 이사회 참석률에선 일부 공공기관 비상임이사는 참석률이 60%, 66.7%에 그치기도 했다.
공공기관 비상임이사는 민간회사 사외이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여느 회사와 다를 것 없이 경영진을 견제·감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비상임이사의 역할·활동을 내실화하기 위해 공공기관 관리체계 개편 방안을 내고 지난해부터 이사회 관련 공시를 강화했다. 또 국책은행과 금융공기업 비상임이사 임명권은 모두 각 기관 수장이 아닌 각 주무 부처 장관인 금융위원장과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쥐고 있다. 경영진을 똑바로 감시·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장막을 들춰보니 국책은행이나 금융공기업 이사회에서도 반대 의견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안건 가결률은 100%에 가까웠다. 서금원이나 주금공과 같이 일부 금융공기업은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노조추천 비상임이사를 통해 경영진과는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모든 안건에 100% 찬성표를 던졌던 만큼 실제 경영진을 견제하는 카드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그간 민간 금융회사 사외이사가 감시·견제 역할을 못한다고 질타해 온 금융당국이지만 '등잔 밑이 어두운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동진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금융공기업이나 국책은행은 민간과 달리 정부의 공공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하는 만큼 목적 함수가 다르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지배구조 상황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지배구조 상황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