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90만명의 서민·소상공인의 연체기록을 삭제하는 이른바 '신용사면'을 실시한다. 개인채무자의 과도한 연체 이자와 독촉 부담을 더는 개인채무자보호법도 내년 10월부터 시행된다.
금융위원회가 17일 발표한 '2024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채무자·재창업자 등이 과거 실패로 신용평가 불이익, 금융거래 제한에서 벗어나 정상적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신용회복 지원에 나선다.
대표적인 정책이 신용사면이다. 연체금액을 전액 상환하는 경우 연체 이력 정보를 삭제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준다. 금융-통신 통합 채무조정도 추진해 금융채무를 조정받은 채무자가 통신비 부담으로 다시 연체하거나 불법사금융을 이용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10월부터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시행되면 대출금액 5000만원 미만 연체 채무자의 연체 이자는 경감되고, 대출금액 3000만원 미만의 연체 채무자는 금융회사에 채무조정을 직접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추심 횟수는 7일간 최대 7회로 제한된다.
이같은 정책은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취약계층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재기와 재도전의 사다리'를 만들어주자는 취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신용사면을 중심으로 금융질서와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신용도 관리가 중요한 금융권의 원칙을 정부가 넘어가주면서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주들 사이에서는 고금리 고물가로 힘든 상황에서도 성실하게 빚을 갚은 상환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코로나19를 거치며 가뜩이나 불어난 자영업 대출 수요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4월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문재인 정부가 이미 비슷한 정책을 한 차례 시행한 만큼 이번에 추가로 지원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일반 상황이었으면 신용사면을 고려하지 않았겠지만 코로나19와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상당히 비정상적인 외부 환경에 놓여있었다"며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사면을 해주지 않으면 카드 발급, 신규 대출이 제한되면서 (경제적)어려움이 훨씬 오래 가게 된다. 일반적 사면과 다르게 생각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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