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규제 완화'에 호가는 수천만원 '들썩'... 관망세 속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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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섭 기자
입력 2024-01-1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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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도봉구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에 대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일부 단지에서 호가가 뛰어오르고 있다. ‘시간=돈’으로 불리는 정비사업에서 규제 완화로 최대 6년까지 사업 기간 단축이 가능해져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그러나 이번 대책 역시 법 개정 없이는 추진이 불가능한 데다 치솟은 공사비로 인해 재건축 사업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해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17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준공 30년 넘은 주택은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 착수를 허용하고, 조합설립 시기 조기화를 통해 사업기간을 최대 3년 단축하도록 했다. 서울에 있는 단지는 신속통합기획 제도까지 활용하면 재건축 사업 기간을 최대 5~6년가량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재건축을 준비하고 있는 노후 단지들에서는 규제 완화 발표 이후 매도인들이 호가를 올리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노원구 중계우성3차(1999년 준공) 전용면적 59.94㎡(8층)는 발표 직후인 지난 12일 매물 호가가 최초 등록가(5억9000만원)보다 1000만원 오른 6억원에 매물이 등록됐다. 지난해 1월 안전진단을 통과한 상계주공6단지 전용 58㎡도 최초 등록가인 6억6000만원에서 4000만원 상승한 7억원에 매물이 등록됐다. 

도봉구 창동 창동주공19단지 68㎡(10층)는 발표 전 7억8000만원에 나왔던 매물이 지난 12일 8억원으로 호가가 2000만원 올랐다. 같은 단지 전용 41㎡도 지난 11일 최초 등록가인 5억4000만원에서 2000만원 오른 5억6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대책 발표로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적인 사업 지원이 예상되는 만큼 재건축 기대감이 호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안전진단 규제 완화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비사업은 사업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조합원 분담금 문제로 내부 갈등이 커져 사업에 속도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조합은 공사비 증액 문제로 인해 지난해 11월 GS건설과 맺은 시공사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시공사를 찾고 있다. 

정책이 실제 이행될지도 미지수다. 정부가 발표한 '재건축 패스트트랙' 도입을 위해선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정부는 다음 달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지만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법안 처리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법이 통과돼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게 됐지만 사업계획인가 직전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는 가능성도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이 침체된 시장 분위기를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2단지' 전용 41㎡는 지난 12월 5일 3억2000만원(14층)에 실거래됐다. 이는 2021년 9월 최고가 6억2000만원(11층) 대비 48% 하락한 수준이다. 인근 '상계주공16단지' 전용 59㎡도 지난달 30일 4억9000만원(5층)에 거래돼 작년 2월 최고가 7억3100만원(12층) 대비 33%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재건축 사업 활성화와 수요 회복을 위해서는 사업성 확보를 위한 추가적인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현재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은 공사비 상승과 추가 분담금 등 사업성 문제"라며 "법이 통과되더라도 사업 추진 단계에서 안전진단 절차가 여전히 걸림돌이 될 수 있어 당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안전진단 평가항목과 배점 수정 또는 보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후속 대책이 따라야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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