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기의 핀스토리] "남 일 아니다"…금융권도 기후변화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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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4-01-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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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소중립 지연전환 시 금융권 추가 신용손실 추정치 200조원

  • '1.5℃ 시나리오' 적용 시 BIS 비율 5.8%p 하락…규제치 하회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기후변화가 화두에 올랐다. ‘다보스포럼’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잘 알려진 세계경제포럼은 매년 1월 각국의 정치인, 기업인, 학자 등이 다보스에 모여 세계 현안을 의제로 토론하는 자리다.

1971년 시작해 올해로 54회째를 맞은 다보스포럼은 올해 ‘신뢰의 재구축’을 주제로 진행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등 지정학적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기후변화, 경기둔화 등 전 세계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도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다뤄진다. 지구온난화와 이에 따른 기상이변이 속출하면서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세계 각국이 탄소 감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도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 ‘0’을 의미하는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은행·보험, 2050년까지 추가 신용손실 ‘200조원’
금융당국과 금융권도 기후변화 의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탄소중립 사회로의 급격한 변화가 금융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탈탄소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고 기업 대출이 부실화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2022년 9월부터 은행·보험업권과 손잡고 ‘기후 시나리오 공동작업반’을 구성해 스트레스 테스트에 나섰다. 금감원과 금융권은 1년 이상 이어진 공동작업 끝에 지난해 말 기후위험을 측정하고 관리하기 위한 수단을 마련해 발표했다.

지난달 18일 공개된 논문 ‘금융권 공동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분석한 ‘지연전환 시나리오’에 따르면 탄소중립을 위해 은행·보험업권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신용손실 규모는 2050년까지 누적 200조4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지연전환은 전 세계가 2030년까지 현재의 정책 수준을 유지하다가 급격하게 탄소배출 감축에 나서는 경우를 뜻한다.

전 세계가 2050년까지 계획대로 탄소중립을 실천해 나간다면 같은 기간 추가 신용손실액은 누적 96조4700억원으로 분석됐다. 논문은 “금융권이 손실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은행권의 급격한 자본확충에 따른 시장 불안감 증폭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당국은 탄소 관련 산업의 대출 규모가 크거나 위험에 취약한 금융사들이 선제적으로 기후위험을 인식·관리토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진행된 스트레스 테스트는 기후변화가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중요한 위험요인임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이 급격하게 이뤄지면서 기업 여신 부실이 확대되고 금융권 신용손실로 이어지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연구에서 기후변화가 지속될 때 보험회사가 노출될 수 있는 시장위험이나 보험위험이 반영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실제 손실금액은 이보다 클 가능성도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사진=AFP·연합뉴스]
 
‘1.5℃ 시나리오’, BIS 비율 5.8%포인트 낮춰…규제치 밑돌아
금융권에서는 전 세계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이 금융안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주요국 금융·통화당국이 기후변화 이행 위험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고 나선 배경이다.

한국은행도 2021년 ‘기후변화 이행리스크와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1.5℃ 시나리오’ 등 각본별 기후변화 대응이 한국 경제와 금융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1.5℃ 시나리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지구 평균온도의 산업화 이전 대비 상승 폭을 1.5℃ 이내로 유지하는 경우의 수다.

보고서는 1.5℃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까지 국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최대 5.8%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때 국내 은행의 BIS 비율은 10.7%로 떨어져 금융체계상 중요한 은행·은행지주회사(D-SIB) 규제기준인 11.5%를 밑돌게 된다.

보고서는 “제조업 등 산업부문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온실가스 저감기술 개발·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아 탄소중립 이행은 경제와 금융시스템에 장기간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다만 친환경 투자가 확대돼 온실가스 저감기술의 개발·상용화 속도가 빨라지면 이행 위험은 상당폭 완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사례에서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금융권에 미칠 영향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1월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상이변이 극단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를 가정해 ‘물리적 리스크’에 의한 은행 신용·시장손실이 700억 유로(약 102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는 2022년 말 금융 위험과 관련한 이해도 증진을 위한 원칙을 제안하는 등 금융회사 인식 개선을 유도하고 나섰다. 기후 원칙은 △거버넌스 △정책·절차·한도 △전략 계획 △위험 관리 △데이터·위험 측정과 보고 △시나리오 분석 등 6가지 영역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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