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글로벌 물류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홍해 지역의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태평양과 지중해를 연결하는 홍해 지역의 치안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 경제의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까지 우려가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빈센트 클레르크 머스크 CEO와 토비아스 메이어 DHL그룹 CEO는 예멘 후티 반군의 준동으로 인한 홍해 치안 상황을 우려했다. 클레르크 CEO는 "이것은 우리의 운송시간을 길어지게 하고 최소 수개월 간의 공급망 혼란을 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홍해 불안이 그보다 빨리 끝나기를 희망한다면서 "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어 길어질 수 있다.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다"고 언급했다.
메이어 CEO도 홍해 불안이 가져올 상황을 우려했다. 그는 "아직 사람들이 우려하는 만큼 공급망 역류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이는 우리가 모니터링해야 할 사안"이라며 말했다. 홍해 치안 불안으로 주요 해운기업이 해상 경로를 변경하면서 혼란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에 머스크와 하팍로이드 등 주요 글로벌 해운기업들은 이달부터 홍해 운항을 중단하고 아프리카 희망봉 항로로 우회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예멘 반군의 무력 시위에 따른 공급망 우려를 표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임금, 이윤, 에너지 가격, 공급망에서 병목 현상이 일어나지 않기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홍해 지역은 태평양과 지중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세계 무역의 가장 중요한 항로로 꼽힌다. 세계 무역의 10~15%, 세계 컨테이너 운송의 30%가 홍해를 거쳐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다. 홍해의 치안 불안에 글로벌 해운사들은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가는 희망봉 항로로 돌아간다. 이 과정에서 3000해리(5556킬로미터)를 더 돌아가야 하고 8~10일이 더 걸린다. 화물 유통에 들어가는 비용은 3배 이상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사들의 선박 보험 비용도 치솟고 있다. 미국 보험업체 마시는 홍해 정세 불안으로 인한 선박의 전쟁보험 프리미엄 요율이 지난달 0.05%에서 0.7% 수준까지 뛰었다고 전했고, 이번 주에는 1%까지 오른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마시는 지난달 1만 달러였던 컨테이너 선박 보험(1억 달러 컨테이너 기준) 비용이 70만 달러까지 올랐다고 밝혔다.
홍해 불안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은 다시 물가 상승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 이전에 나타난 초기 인플레이션의 경우, 팬데믹 기간 중 시작된 공급망 혼란이 부분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정책 당국자들은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경계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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