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코스피의 하방압력이 높아졌다. 지난해 연말 상승세를 지속하며 2670선에 육박했던 지수가 보름여 만에 2430선까지 주저앉았다. 증권가에서는 기관투자자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까지 기관은 코스피에서 6조697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5조4661억원, 1조2470억원 순매수했다.
공교롭게 지난 17일까지 기관투자자 매수세가 유입된 날과 코스피가 상승한 날이 일치한다. 이달 들어 기관이 매수세를 보인 건 2일과 15일 이틀뿐이며, 코스피도 같은 날 전일 대비 0.55%, 0.04% 상승마감했다.
기관은 운송, 디스플레이, 유틸리티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에서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3조5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이 반도체에 집중됐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기관 수급을 조금 더 세분화해보면 은행(2조원), 금융투자(7000억원)가 주도적으로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근 있었던 (2조원대 삼성전자 총수일가) 블록딜 영향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이차전지 실적 전망치가 하향조정된 것도 기관 이탈을 부추긴 것으로 해석된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업종의 주축인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잠정)를 기록했다. 이에 반도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차전지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2024년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1개월 기준)도 7%, 13% 눈높이가 낮아졌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잔존하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 실적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 반도체 실적 전망 추가 하향조정이 제어돼야 비로소 코스피가 움직일 원동력을 되찾기 시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연말 강도 높게 유입된 매수세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작년 11월부터 12월까지 외국인 선물 순매수 금액은 8조5000억원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같은 패턴은 기관 배당연계 차익매수(선물 매도, 현물 매수)와 연계된다. 기관은 같은 기간 선물 7조원을 순매도하고, 현물 7조8483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처럼 대거 유입된 자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기관 수급이 악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윤 연구원은 “계절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이례적인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던 1월에 포지션 정리 과정에서 동반되는 수급의 후폭풍도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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