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미국 시장에서 테슬라의 최대 라이벌로 부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대·기아차는 작년 미국에서 9만4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65만대를 판매한 테슬라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물론 테슬라가 상당한 격차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가 올해에도 전기차 신모델 출시 및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통해 테슬라를 제외한 다른 업체들에 대한 격차를 유지 혹은 더욱 넓힐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기아차가 성장률 측면에서 테슬라 및 전기차 시장을 앞서게 된 이유는 지난 10년간 전기차에 대한 공격적 투자를 감행한 가운데 최근 수년간 전기차 판매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면서 그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현대·기아차는 빠른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 기술과 함께 테슬라를 포함, 다른 경쟁업체들을 능가하는 폭 넓은 전기차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하에 세액 공제 혜택을 완전히 누릴 수 있는 리스 차량 중심의 판매 전략을 펼쳐 경쟁업체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서부 해안 지역에서 기아, BMW, 혼다 등 차량을 판매하는 딜러업체 프로스 오토모티브 그룹의 매튜 필립스 최고경영자(CEO)는 현대·기아차의 성공을 묻는 질문에 대해 "매우 간단하다. 그들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전기차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스타일링, 성능, 비용을 골고루 잘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10년 전까지만 해도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 저가 차량을 주로 생산하는 언더독(약자)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이미지도 바뀌었다고 WSJ는 평가했다.
테슬라가 내놓은 전기차 모델3에 자극받은 현대·기아차는 2017년에 자체 전기차 라인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발 빠르게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고 나섰다. 그 결과 미국 주요 자동차업체들보다 나은 성능의 전기차를 내놓으면서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테슬라가 미국 시장에서 5종의 모델만을 판매하고 있는 반면 현대차는 한층 다양한 모델들을 내놓아 소비자들에게 넓은 선택지를 제공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의 타이슨 조미니 데이터·분석 담당 부사장은 휘발유 차량의 경우, 기아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는 가격이나 성능 측면에서 캐딜락과 같은 고급 브랜드에 미치지 못하겠지만 전기차에 있어서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전했다.
그는 "당신이 5만5000달러가 있다면 기아 혹은 캐딜락의 전기차를 살 수 있다. 하지만 이 둘은 보통 서로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다만 올해 미국 전기차 시장은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산하 자동차 시장 조사 기관 S&P글로벌 모빌리티는 올해 미국 시장 내 전기차 모델 수가 배로 늘면서 100종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외에 미국 내 전기차 수요 조짐이 냉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우려 요소라고 WSJ는 짚었다. 실제로 일부 자동차업체들은 전기차 투자를 연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대·기아차는 신규 공장 건설 등을 포함해 미국에서 전기차 사업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아 북미 법인의 스티븐 센터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 대해 "경마와도 같다"며 "가능한 빨리 앞서 나가야만 한다"고 사업 확대 의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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