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사태가 심상치 않다. 만기 상환일이 다가온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의 원금 손실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만기 확정 상품을 기준으로 이미 손실률이 50%를 넘겼고 60%에 육박하고 있다. 문제는 H지수의 추가 하락이다.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유일하게 10% 넘게 폭락했다. 증권가는 상반기 내 H지수 반등은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21일 증권가에 따르면 홍콩 증시는 전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유일한 두 자릿수 하락률을 나타냈고 앞으로 반등할 수 있는 여지를 찾기도 쉽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홍콩 H지수는 연초 이후 최근까지 11.12% 떨어지는 등 급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연초부터 단 이틀을 제외하고 하락을 면치 못했던 코스피 하락률은 -6.87%다. H지수 하락 폭은 두 배에 달한다. 경기 부진으로 신음하는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4.8%, 이스라엘이 -3.12%라는 점을 감안할 때 H지수 하락이 심상치 않다. 특히 2020년부터 4년 내내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2020년부터 4년 연속 약세를 보인 홍콩H지수는 극히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홍콩거래소에는 H주식과 R주식이 있다. H주식은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는 중국 국영기업 주식들로 국유기업, 정부 지분 30% 이상인 기업 주식을 뜻한다. 기업 본거지는 모두 중국 본토에 있고 매출도 중국 내에서 이루어지지만 홍콩과 중국 본토에 동시 상장돼 거래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홍콩 H지수는 H주식들 중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은행 등 우량 기업들을 모아 만든 주가지수다. 따라서 중국 경기를 그대로 반영한다.
홍콩 H지수는 중국 경제성장과 함께 꾸준히 우상향했다. 그러던 도중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 2016년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 때문이다. 미국과 특허, 기술, 무역 전쟁이 본격화되며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이 중국 국영기업이다 보니 H지수는 여타 중국 관련 지수 중에서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당시 중국의 제로 코로나 봉쇄정책으로 중국 국영기업들의 타격이 가장 컸고 중국 내 부동산 문제로 H지수를 이루고 있는 금융사들의 실적 부진이 심화하며 H지수가 추가 하락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경제에 얽힌 홍콩 증시··· "바닥 통과는 하반기에야 가늠"
삼성증권에 따르면 2023년 홍콩 주식시장은 중국 본토 경기 둔화와 대내외 리스크로 글로벌 주요 증시 중 가장 부진한 14.0% 하락으로 마무리됐다. 특히 홍콩 H지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2023년까지 4년 연속 하락하면서 고점(1만2228.6) 대비 59.6%(저점 4938.6) 하락하는 조정이 이뤄졌다.
전 연구원은 "홍콩 증시 (주가지수) 하락은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전형적 약세장 모습이어서 위험 관리를 우선하는 투자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추세 전환을 위해 (중국 정부의) 상반기 경기 부양, 하반기 구조 개혁 등 고강도 정책이 필요하며 바닥 통과는 하반기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글로벌 주요 증시와는 상대적, 과거 역사적인 절대적 밸류에이션으로 홍콩 증시는 깊은 디스카운트 구간에 놓여 있다"며 "올해 홍콩 H지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7.0%로 예상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을 감안할 때 눈높이 하향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B증권은 작년 12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EM) 지수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30.0%에서 26.5%로 줄었는데 그 배경은 중국 경제 부진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경기가 악화돼 재화 소비가 부진했고 중장기 대출과 부동산 가격 데이터에서 개선세가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올해 부동산 회복과 연결될 소비시장 개선에 기대감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홍콩 H지수는 섹터별 가중치에서 경기 소비재가 30.8%로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 반등으로 소비재 분야가 살아나야 H지수를 비롯한 홍콩·중국 증시 회복세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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