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계 전문가들이 올해 인류의 최대 위협 요소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다보스포럼의 주요 화두였던 인공지능(AI)보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변화가 심각하다는 진단이다. 각국 정부와 기업의 기후변화 대처 노력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도 연이어 나왔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가 19일(이하 현지시간) 폐막한 가운데 WEF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 2024'에 따르면 전 세계 전문가 1490명은 34가지 글로벌 리스크 중 '극한의 날씨'(66%)를 가장 심각하게 평가했다. 'AI가 생성한 가짜 정보'와 '사회적·정치적 대립'이 각각 53%와 46%로 그 뒤를 이었다. 이번 설문은 응답자 복수 선택을 반영해 이뤄졌다.
응답자들이 기후변화를 심각한 요인으로 꼽은 것은 지난해 여름 북반부가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더웠던 점이 영향을 미쳤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북반구 더위로 지구 평균온도가 관측 사상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산업화 이전 지구 평균온도는 약 13.6도로 추산되는데 지난해 평균온도는 이보다 1.45도 높았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한 무더위가 올해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해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유발한 엘니뇨가 올해도 계속되면서 최고온도를 경신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셀레스트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일반적으로 엘니뇨 현상이 최고조에 달한 이후에 지구 기온에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올해는 더 더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보스포럼에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다.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기업과 산업 등 공급망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고,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다국적 기업들에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연달아 나왔다.
미국 컨설팅기업 커니의 글로벌 지속 가능성 책임자 리처드 포레스트는 기업이 자원 재사용을 포함해 사업 모델에서 공급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에 소극적인 각국 정부를 꼬집는 목소리도 나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다보스포럼 특별연설을 통해 "전 세계가 기후위기에 맞서 함께 행동할 힘이 없는 것 같다"며 "'기후 붕괴'는 시작됐고 각국은 탄소 배출량을 늘리는 데 열중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세계 주요 인사들은 탈탄소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강조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각국의 화석연료 보조금을 기후위기 대응에 사용하는 것을 제시했고,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민간 투자를 통한 탈탄소화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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