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현역 비례대표 의원 16명 중 총선 출마를 선언한 사람은 13명(강민정·정필모·신현영 의원 제외)이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 텃밭에 출사표를 낸 권인숙·최혜영 의원을 제외하면 총 11명이 자당 현역 의원 지역구를 노리고 있다.
집안 싸움을 촉발한 대표적 인물로는 김병주·김의겸·양이원영 의원 등 3명이 꼽힌다. 세 사람은 친명계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병주 의원은 계파 색채가 옅은 '동교동계' 김한정 의원 지역구인 경기 남양주을에 예비후보 신청을 했다. 김의겸 의원은 비명계인 신영대 의원 지역구인 전북 군산에 도전장을 냈다. 양이 의원도 마찬가지로 비명계 양기대 의원 지역구인 경기 광명을에 출마한다.
이들이 출사표를 낸 남양주을·전북 군산·광명을은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이 다져놓은 '야권 텃밭'으로 꼽힌다. 남양주을은 제17~19대 국회 때 박기춘 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선됐고, 20대 국회 이후에는 김한정 의원이 지역구를 가꾸고 있다.
경기 광명을은 제16~18대 국회 때 한나라당(손학규·전재희)에 의석을 내줬으나 이후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나온 이언주 전 의원이 탈환했다. 현역인 양 의원은 김용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를 꺾고 민주당 의석을 유지했다.
이들 외에도 5선 도전에 나선 친문(친문재인) 좌장인 홍영표 의원 지역구(인천 부평을)로 내려간 이동주 의원이 있다. 이수진 의원은 지난 11일 우상호 의원 불출마로 전략지역구가 된 서대문갑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가 22일 비명계 윤영찬 의원 지역구인 경기 성남중원 출마로 선회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일부 친명 비례의원들이 신빙성이 부족한 여론조사 결과를 명분으로 현역 의원들 지역구를 노린다는 말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현역과 비례의원 지지율이 경합세를 보인다는 보도가 주로 지역 언론을 통해 나온다"면서 "이를 명분으로 당 관계자들에게 이야기하고 다니는 식"이라고 말했다.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 초선 의원도 "여론조사 자체가 객관적으로 실시됐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질문지 구성과 조사 방식 등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는 많고, 여론조사를 여러 번 실시해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두 후보 간 격차가 커서 현역이 경쟁력 없는 것이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비례 의원에겐 힘들 것"이라며 "지역구는 현역이 최소 4년 동안 닦아 놓은 게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호남을 지역구로 둔 초선 의원은 "계파 문제를 떠나서 이제껏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이 호남에 내려온 적은 한 번도 없다"며 "험지나 수도권에 출마했지, 호남에 온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이번에 같은 당 동료이자 현역 의원을 상대로 출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비례대표 의원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의정 활동에만 집중하고자 했던 게 원래 취지"라며 "이렇게 되면 비례대표 최초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중진 의원도 "(비례대표 의원들이) 잘한 선택 같지는 않다. 치고 나가면 공천을 받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공정한 공천이 안 되면 결국 국민의 심판을 함께 받는다"며 "이번 공천을 공정하게 했다는 반응이 나와야 4월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다"고 당 지도부에 경고했다.
반면 친명계에서는 치열한 내부 경쟁일 뿐 큰 문제는 없다는 반응이다. 한 친명계 의원은 "아무래도 우리 당이 지난 총선에서 확보한 의석수가 많기 때문에 벌어질 수밖에 없는 문제인 것 같다"며 "'계파 공천' 우려가 언론이나 당 내부에서 나오는데, 시스템 공천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제일 걱정되는 건 경선 과정에서 결과에 불복하는 일이 발생해 무소속으로 나오는 것"이라며 "잘못하면 여당에 표가 넘어갈 수도 있고, 제3지대에 표가 몰려 의석을 빼앗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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