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아주경제 취재 결과, 업무추진비 사용의 기준인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회계 관리에 관한 훈령’과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을 지키지 않는 지자체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안부 훈령이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장이 업무추진비를 부정 사용하더라도 유야무야 넘어가거나 경징계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승수 변호사(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대표)는 “쪼개기 결제 등 지자체장이 업무추진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했을 때 징계나 처벌이 잘 안되는 점이 문제”라며 “가짜로 증빙서류를 만들어 두는 경우도 있어 찾아내기도 어렵지만 문제가 드러나도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라고 말했다.
예컨대 시장·군수 등 지자체 공무원이 행안부 훈령상 업무추진비 사용이 금지된 심야 시간이나 공휴일, 유흥주점 등 사용 불가 업소에서 업무카드를 사용하면 청백-e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모니터링되는 구조다.
하지만 지자체장과 타 부서가 의도적으로 한날, 한시의 식사 금액을 50만원 이하로 나눠 결제하는 일명 ‘쪼개기 결제’를 했어도 관계 법령엔 문제가 되지 않아 내부통제 시스템에서 잡아낼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한 지자체 감사팀 관계자는 “청백-e 시스템은 각 부서당 지닌 카드번호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한 식당에서 다른 카드로 두 번 결제된 건이 모니터링되지 않는다”며 “담당 부서에서 증빙이 필요한 업무추진비 사용 건에 대해 소명한 것 외적으로 감사팀에서 추가 서류를 요청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정 사용이 100% 걸러진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내부통제 시스템은 사전 예방 격이고 감사팀은 문제가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야 확인에 나선다”고 말했다.
이밖에 최고 상급자인 지자체장의 업무추진비 사용을 감시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한 지자체 감사담당관은 “시장·군수님과 같은 윗분들이나 소속 부서 상급자를 감사하기도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그래서 행정안전부 등 상급기관의 외부감사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독립적 감사의 필요성, 시민단체나 상급기관의 정기적인 평가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김준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시민단체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물론 행안부가 더 관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특히 지자체간 비교를 통해 행정지도에 가깝게 권고안을 내는 등 정책 평가를 활용해서 자정작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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