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가 최근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금융당국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은행권 내부에선 의구심을 품는 여론도 포착된다. 올 초 정책 모기지 상품이 잇따라 출시될 예정이고,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대출 대환 서비스의 흥행이 예고되면서 가계부채 수요를 자극하고 있어서다. 약속한 해당 증가율 관리가 지켜지지 못할 경우 금융당국의 따가운 눈총이 불가피해 관련 실무진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9일부터 신생아 특례 구입 및 전세자금 대출 접수가 시작된다.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내 출산(2023년 1월 1일 출생아부터 적용)한 무주택 가구에 혜택이 주어지며, 부부 합산 연소득 1억3000만원 이하, 순자산 4억6900만원 이하의 요건을 갖추면 최저 1.6% 금리로 5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은행권에선 해당 대출이 시행되면 주택도시기금으로 지원하는 8조7000억원이 한 달 내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26조6000억원의 신생아 특례대출 예산 중 8조7670억원을 주택도시기금에서 직접 융자하고, 나머지 금액은 시중은행 재원으로 대출이 실행된다"며 "최저 1%의 금리 요건에 신청 접수가 몰리며 3월부터 본격적인 은행권 재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금융당국이 주도해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도 영업 15일 만에 누적 신청 금액이 14조5011억원에 달하면서 목표 공급액인 39조6000억원의 36.6%를 소진했다"고 덧붙였다.
은행권은 1분기 출시 예정인 '제2의 특례보금자리론'도 가계 대출 수요를 빠르게 자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특례보금자리론 판매를 이달 중단함에 따라 새 정책모기지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아울러 최근 주담대 대환대출 서비스가 흥행몰이를 하면서 가계대출을 늘리는 또 다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해당 서비스가 출시된 지 10일 만에 5대 시중은행 신청 금액이 1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오는 31일부터는 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도 운영된다. 해당 서비스로 대출 잔액 총량이 늘어나진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대환 고객 유치를 위해 저금리 상품 출시 혹은 금리 인하 경쟁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는 시각도 맞선다. 또한 낮은 금리로, 보다 긴 만기로 대출을 갈아탈 경우 그만큼 매달 내는 원리금 규모가 줄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에 여유가 생길 수 있다. 추가 대출 여력이 늘어 시중 대출 총량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에 대해서도 DSR 규제를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무주택자가 아닌 주택보유자로 한정될 것으로 보여 관련 정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여전한 상황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주담대 정책과 수요 흐름상 1.5~2% 수준의 증가율이 관리 가능한 목표치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정책금융 상품들이 잇따르면서 해당 증가율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당국에 밉보일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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