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자사 운영 체제(OS)만 탑재하도록 강요했다는 이유로 2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6-3부(홍성욱 부장판사)는 24일 구글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구글의 행위로 인해 기기 제조사의 스마트 기기 출시 제한, 구글 경쟁사와의 거래 제한 등의 불이익이 강제됐다"며 "기기 제조사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저해되는 등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구글은 2011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삼성전자 등 제조사에 '포크OS'(구글이 공개한 안드로이드 소스코드를 변형해 만든 OS)를 탑재한 기기를 만들지 못하도록 했다. 당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OS가 모바일 시장에서 점유율 72% 이상을 확보한 시점이었다.
이에 공정위는 2021년 9월 구글LLC, 구글 아시아퍼시픽, 구글 코리아 등 3사에 시장지배력 남용과 불공정 행위로 과징금 2249억3000만원을 부과했다. AFA 체결을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안드로이드 OS 사전접근권 라이선스 계약과 결부해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시정 명령도 함께 내렸다.
구글은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파편화 금지 의무의 부과는 애플과의 경쟁을 위한 것이었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공정위가 구글에 부과한 과징금 2249억3000만원과 시정 명령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구글이 시장 지배자 사업자에 해당하고, AFA로 삼성전자 등 제조사들의 혁신 활동이 방해됐다"며 "따라서 시장 지배력 남용과 불공정 거래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구글이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라이선스 가능한 스마트 모바일 OS 및 안드로이드 기반 앱 마켓 시장'에서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구글의 시장점유율은 2011년 50%를 초과한 이래 현재까지 약 90% 이상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다만 앱 마켓 시장이 OS별로 형성되는 점을 고려해 애플의 앱스토어 등 라이선스 불가능한 스마트 모바일 OS 시장은 별개로 보고, 구글의 시장점유율 평가에서 제외했다.
재판부는 구글의 AFA 강제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사가 입은 피해에 주목했다. 포크OS 탑재 기기를 출시하려던 제조사들이 구글 AFA 때문에 출시가 좌절되면서 새로운 스마트 기기의 연구‧개발 등 혁신 활동까지 저해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2018년쯤 포크OS와 아마존의 알렉사를 탑재한 LTE 스피커를 계획했으나, 구글이 '제3자 앱 탑재 금지'를 들어 면제 기기 출시 승인을 할 수 없다고 통보해 출시 계획을 포기했다"며 구체적 사례를 들었다.
이어 "기기 제조사로서는 모바일 앱 유통 계약이나 안드로이드 사전접근권 계약에 따른 혜택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구글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애초 경쟁사 시장 진입을 방해하면서 구글의 시장 독점적 지위를 공고히 할 목적이 있었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재판부는 "구글 임원이 안드로이드 출시 초기에 발표한 자료 등을 보면 구글은 AFA 등을 활용해 안드로이드를 오픈소스로 제공하는 데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고 시장에서 지배적이고 선도적인 지위를 유지하고자 했던 점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구글 측은 "안드로이드 호환성 프로그램이 국내 기기 제조사와 앱 개발자들의 글로벌 확장과 성공에 기여하고 국내 소비자들에게 많은 혜택을 가져왔음에도 법원이 구글의 청구를 기각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법원의 판결을 신중히 검토하고 향후 대응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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