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전용 디지털 ID 카드 도입, 관광지 현금 소액 결제 지원 등 올초 중국 지방 양회(兩會, 인민대표대회·정치협상회의)에서 외국인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든 가운데서다.
특히 외국인들이 중국서 보편화된 위챗·알리페이 같은 모바일 결제를 하려면 실명 인증을 통한 가입이 번거롭다. 게다가 해외 신용카드를 취급하는 가게도 별로 없어 결제에 어려움을 겪는 게 현실이다. 관광지 온라인 예약접수도 내국인 신분증 위주로 이뤄져 여권을 소지한 외국인은 불편함을 호소한다.
22일 열린 상하이 지방 양회에서는 외국인에게 전용 '디지털 ID'를 발급해 결제·예약 등 방면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여권 대신 '디지털ID' 사용하면 어떨까
외국인이 중국에서 스마트폰으로 위챗·알리페이 결제, 온라인택시 호출, 관광지 예약 등을 할 때 디지털 ID로 인증하도록 함으로써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개인정보가 반복적으로 수집되는 것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디지털 ID를 기반으로 3~6개월 체류 외국인들이 국내 은행에 단기 계좌를 개설해 위챗·알리페이 등 모바일결제 플랫폼과 연동시키고 해외 신용카드로 위안화를 충전하도록 한다면 소액 결제도 편리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그는 상하이 공항, 열차역, 대형 컨벤션 회의장 등에 외국인 전용 원스톱 서비스 창구를 설치해 외국인들이 중국 국내 모바일앱을 스마트폰에 깔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외국인이 중국 국내에서 겪는 '디지털 격차'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도 했다.
외국인 전용호텔 폐지, 소액 현금결제 지원 등
중국 제몐망에 따르면 상하이시 인민대표로 활동하는 저우웨이훙 춘추관광 부총경리도 올해 양회에서 외국인의 소액결제 서비스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저우 부총경리는 외국인들이 상하이 대형 쇼핑몰에서 쇼핑하는 것 뿐만 아니라 카페, 편의점, 기념품 가게 등 일상 생활·오락 방면의 소비도 늘고 있다며 하지만 대다수 가게에서 현금 결제를 지원하지 않는 데다가 국제 신용카드로 소액 결제도 힘든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국제신용카드 가맹점이 되려면 고율의 수수료를 내고 포스(POS)기를 별도로 설치하고 보증금까지 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이 해외 신용카드를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알리·위챗페이를 해외 신용카드를 연동하면 소액 결제가 가능하지만 약 2% 수수료가 붙는 만큼 외국인 관광객도 즐겨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저우 위원은 상하이 시내 기념품 가게·잡화점 등 소상공인이 영업시간 동안에만 소액 현금을 일정량 이상 보유하도록 하고, 은행·호텔·공항 등 환전창구에 소액권 현금 수량을 늘리자고 제안했다.
또 디디와 같은 인터넷 예약택시도 현금 결제를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특히 외국인이 즐겨찾는 카페· 편의점·식당·기념품 가게에도 해외 신용가드 포스기를 설치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상하이시 양회 대표들은 외국인 전용 호텔 제도 폐지, 호텔 식당 등 직원을 대상으로 외국인 관광객 응대를 위한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특히 외국어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상하이는 중국 대표적인 글로벌 도시이자 관광 도시다. 지난해 상하이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50만명으로, 중국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897만2300명)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상하이 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은 외국인 관광을 재개했으나, 관광객 수는 좀처럼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도 지난달 내국인 중심의 관광지 예약 시스템, 영어를 구사하는 서비스 인력의 부족, 모바일 결제 보편화 등이 오히려 외국인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비자 수속 간소화, 국제선 항공편 확대, 모바일 결제. 등 방면에서 지속적으로 대책을 내놓고는 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프랑스와 독일 등 6개국에 대해 무비자 정책을 도입했고, 세계 각국 대사관과 영사관에서는 비자 발급 수수료를 25% 인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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