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모습 20231211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1/24/20240124173028127147.jpg)
환경오염으로 피해가 발생할 만한 개연성만 입증하면 기업 등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황모씨 등 19명이 반도체용 화학 제품 제조업체 A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황씨 등은 A사가 운영하는 충남 금산군의 공장에서 2016년 6월 4일 발생한 불산 누출 사고로 두통과 호흡기 질환 등을 겪었다고 주장하면서 2017년 2월 손해를 배상하란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기존 환경오염 피해에 따른 손해배상 사건의 판례는 유해 물질이 배출돼 피해자에게 도달했고, 실제 피해가 발생한 것이 각각 증명돼야 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2016년 1월 시행된 환경오염피해구제법 9조는 '시설이 환경오염 피해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때에는 그 시설로 인해 환경오염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 법원은 황씨 등의 청구를 일부 인용해 A사가 1인당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 등이 이 사건 이후부터 집단으로 수면장애, 불안장애 등을 호소하기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이 사고로 인한 신체적·재산적 피해 우려, 유사한 사고 재발의 우려 등으로 인해 장애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2심은 사고의 위험성, 피해 정도와 치료 노력, 정신적 고통 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위자료 액수를 700만원으로 상향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공장에서 누출된 불산은 기체 상태로 공기 중으로 확산했다가 지표면으로 낙하해 원고 등에게 피해를 줬다고 볼 상당한 개연성이 있고, 달리 이 사건 사고와 원고 등에게 발생한 피해 사이 인과관계를 부정할 사정은 없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환경오염 피해에 대해 시설 사업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경우 피해자가 여러 간접 사실을 통해 시설의 설치·운영과 관련해 배출된 오염물질 등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그 시설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 기준을 내놨다.
대법원 관계자는 "환경오염피해구제법상 배상 책임 사건에서 기존 선례에 비해 피해자의 인과관계 증명 부담을 완화해 상당한 개연성을 증명하면 인과관계가 추정된다는 법리를 처음으로 선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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