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서울 역세권 지식산업센터도 냉랭…"5년 전 가격에도 거래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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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롬 기자
입력 2024-01-2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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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찾은 서울 금천구 가산동 지식산업센터 입주 시작한 지 7개월째지만 공실이 절반 이상에 달한다 사진박새롬 기자
25일 찾은 서울 금천구 가산동 지식산업센터. 입주를 시작한 지 7개월이 지나도록 공실이 절반 이상에 달한다. [사진=박새롬 기자]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 보니 임대료가 5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죠. 임대인들은 웬만하면 예비 입주자들이 원하는 가격을 맞춰주려고 하고요. 매매가는 분양가 대비 10% 이상 빠졌다고 보면 됩니다." (가산디지털단지 지식산업센터 인근 공인중개사)

체감온도 영하 10도의 매서운 날씨가 이어진 25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도보 3분 거리의 지식산업센터 KS타워은 한낮임에도 을씨년스러웠다. 지난 2021년 분양을 시작해 작년 6월 말 준공된 이곳은 입주를 시작한 지 반년이 넘었지만 3분의2가량이 아직 입주자를 찾지 못한 상태다. 지상 16층까지 한 층에 약 28개실이 있는데 대부분 층마다 1~2곳 정도만 입주하고 나머지는 비어 있었다. 아예 한 층이 통째로 공실인 경우도 있었다. 

역에서 10분가량 떨어진 지식산업센터 현대테라타워 가산DK도 마찬가지 분위기다. 지난해 6월 말 준공됐지만 절반 가까이가 공실인 상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임대료는 가장 정점이던 2년 전보다 상당히 떨어졌는데도 계약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역과 가장 가깝고 규모가 커 대장주로 꼽히는 가산SK V1센터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고점이던 2022년 매매가가 3.3㎡(평)당 2000만원이었는데, 작년 초쯤부터 가격이 빠지기 시작해 지금은 1700만원 수준"이라며 "그나마 이 근방은 양호한 상태고, 역과 조금 떨어진 곳들은 1000만~1400만원 선에도 거래가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가산디지털단지의 SJ테크노빌은 지난달 11일 3.3㎡당 999만원에 매매거래되기도 했다. 
 
공급과잉과 주택 규제 완화, 고금리 지속 등으로 지식산업센터 시장의 한파가 길어지고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지난 2020~2021년 주택 규제를 피해 대체상품으로 주목받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지난해부터 매매와 임대차 시장에서 모두 외면받고 있다. 공급은 많은데 매매거래와 임대차 수요 모두 줄어 수익성이 떨어지면서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지식산업센터는 총 1528곳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20년 4월(1167곳)과 비교하면 31% 증가했다. 부동산플래닛 집계 결과 작년 3분기 전국 지식산업센터 매매거래는 860건으로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기 전인 2022년 1분기(1830건)보다 53% 감소했다. 지난 3분기 거래금액도 3715억원으로, 2022년 1분기(7821억원)보다 52% 하락했다. 

특히 서울 내 지식산업센터 339곳 가운데 가장 많은 139곳(41%)이 몰려 있는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의 경우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평당 매매가격이 1000만~1200만원대인데, 3~4년 전 책정된 분양가와 비교하면 계약금을 포기한 수준이다. 분양가 4억원짜리 매물은 마피(마이너스피) 4000만원에 나온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인근 또 다른 공인중개사도 "지금 매매가격은 분양가에서 최소 마이너스 1000만원부터 협의가 시작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24일 찾은 서울 금천구 가산동 지식산업센터 입주 시작한 지 7개월째지만 공실이 절반 이상에 달한다 사진박새롬 기자
24일 찾은 서울 금천구 가산동 지식산업센터. 입주 시작한 지 7개월째지만 공실이 절반 이상에 달한다. [사진=박새롬 기자]

마이너스피 분양권과 전매 매물도 속출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낮은 수익률을 예상하고 고금리에 이자부담이 커지며 계약금을 포기하는 것이다. 마곡 놀라움 지식산업센터는 24일 계약금을 포기한 가격에 전매 매물이 나왔다. 가산 아스크타워, 어반워크 등도 최근 마피 직거래 매물이 다수 나오고 있다. 경기도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고양시 향동지구, 화성시 동탄역, 안양시 인덕원 등의 지식산업센터는 계약금 포기에 추가로 마이너스피가 붙은 매물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수익성이 악화하며 개발사업 착공 전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사례도 있다. 가산W몰은 시행사가 지식산업센터로 개발하려 부지와 건물을 매입했으나 브리지론 만기 연장에 실패하며 대주단으로부터 기한이익상실(EOD) 통보를 받았다. 공매에서도 지난달 20일 9회 차 입찰에서 최저입찰가가 감정가(2603억원)의 66% 수준인 1730억원까지 내렸으나 주인을 찾지 못했다. 

앞으로 개발, 공급될 지식산업센터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도 안고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정부의 PF 정상화 지원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 가운데 PF 대출 연장이 안 될 경우 부실채권(NPL)이나 공매로 나오면 가격이 더 하락하며 시장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 일정 가구 규모 이상의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 가입이 의무인 주택과 달리, 지식산업센터는 안전장치가 없어 착공한 현장이라도 수분양자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초과공급과 업종 제한 이슈가 있는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어 분양물량 소진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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