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투자자가 주주로서 배당받을 수 있는 금액을 먼저 확인하고 해당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국내 상장사들이 결산 배당액을 먼저 확정하고 주주총회 이후 4월에 배당 기준일을 정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지금이 개선된 배당 절차를 도입한 기업들 가운데 고배당주를 겨냥한 매수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결산 배당기준일은 늦으면 4월 초이기 때문에 지금이 기관 자금이 들어오는 시기"라며 "과거 코스피200 고배당지수 기관 수급 추이를 보면 연말 배당기준일 약 45거래일 전부터 기관 누적 순매수세가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0월 첫 거래일부터 60거래일 이후까지 기간이면 보통 배당기준일 직전인데 이때까지 2014~2018년 기관 평균 누적 순매수는 1조4100억원 수준"이라며 "이번에는 4월 초까지 결산 배당기준일이라면 지금부터 고배당지수와 종목을 매수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또 "3월 말에는 분기 배당 기업의 배당기준일이 예정돼 있어 '더블 배당'까지 염두에 둔다면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12월 말 배당기준일(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하는 날)에 의결권 행사 주주와 배당받는 주주를 한번에 정하고 이듬해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확정한 기존 관행을 개선한 결과다.
증권가에선 정확한 배당 금액을 모른 채 기업의 주식을 매수해야 했던 '깜깜이 투자' 문제나 기존 방식으로 배당 기준일을 유지할 경우 배당 권리가 없어지는 날(배당락일) 쏟아진 매물에 나타났던 증시 약세 경향이 줄 것으로 기대한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관련 분석 보고서를 통해 "올해는 과도기이기 때문에 연말 배당락은 있겠으나 그 충격은 배당기준일을 바꾼 기업이 많을수록 작아질 것"이라며 "향후 기준일이 모두 바뀐다는 것을 가정하면 이사회 및 주주총회 시즌에 배당락이 몰려있을 수는 있지만 예전처럼 하루에 모든 매물이 쏟아져 나오며 지수가 주저앉는 일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 모든 기업 배당기준일이 바뀐 건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5일 기준 국내 상장사 2267개 중 636개(28.1%)가 배당액을 먼저 정한 뒤 배당기준일을 정하도록 정관을 정비했다. 또한 결산 배당 절차는 바뀌었지만 연중 진행되는 분기·반기 배당 절차는 종전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즉 올해는 일부 기업이 결산 배당에만 개선된 배당 절차를 도입했고 나머지는 기존 관행을 유지하고 있는 '과도기'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분기·반기 배당기준일을 3·6·9월 말일로 하고 45일 이내 개최하는 이사회 결의(배당액 결정)로 배당하도록 하고 있다. 2023년 4월 발의된 자본시장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6월 이후 현재까지 국회 정무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3월 중순부터 4월 초 사이 2023년 결산 배당기준일 확정 후 3월 말 분기 배당을 지급하는 기업들의 배당기준일이 인접하는 2연속 배당 기회가 생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70개사 결산 배당기준일이 3~4월 예정돼 있고 이들의 배당 합계는 11조2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전체 결산 배당 금액(28조9000억원)의 40% 가까운 비중이다. 1분기 배당은 주요 금융지주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포함하면 3조8700억원으로 추정되고 신한·KB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사는 결산 배당과 분기 배당이 맞물려 기관투자자 유입 자금이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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