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용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온 디바이스 AI' 시대 개화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다만 최근 1년간 누적된 영업적자로 연간 영업이익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올해 기업용 AI 서버 증가·온 디바이스 AI 기기 확산·감산 등 3박자 효과가 가시화되면 실적 개선 속도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25일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회를 열고 매출액 11조3055억원, 영업이익 3460억원(영업이익률 3%), 순손실 1조3795억원(순손실률 12%) 등 경영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DDR5와 HBM3 등이 실적을 쌍끌이하면서 분기 영업이익은 2022년 4분기 이후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이에 지난해 3분기까지 이어진 10조원에 달하는 누적 영업적자 규모도 줄었다. 지난해 연간 실적은 매출 32조7657억원, 영업손실 7조7303억원(영업손실률 24%), 순손실 9조1375억원(순손실률 28%)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AI 서버와 모바일용 제품 수요가 늘고,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하는 등 메모리 시장 환경이 개선됐다"며 "이와 함께 그동안 지속해온 수익성 중심 경영 활동이 효과를 내면서 당사는 1년 만에 분기 영업흑자를 기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주력 제품인 DDR5와 HBM3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4배, 5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HBM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HBM 전체 시장 규모가 5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고무적인 성과다. 낸드는 업황 반등이 늦어지고 있는 만큼 투자와 비용을 효율화하는 데 집중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고성능 D램 수요 증가 흐름에 맞춰 AI용 메모리인 HBM3E 양산과 HBM4 개발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서버와 모바일 시장에 DDR5, LPDDR5T 등 고성능, 고용량 제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고객사와 긴밀한 협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또 AI용 서버 수요와 온 디바이스 AI 응용 확산을 대비해 고용량 서버용 모듈인 MCRDIMM과 고성능 모바일 모듈 LPCAMM2 준비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낸드의 경우 eSSD 등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내실을 다지기로 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은 “최근 2년간 사상 최고 수준의 재고 감축 노력과 뼈를 깎는 감산 노력, 투자 축소 등으로 다운턴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결과 지난해 하반기부터 의미 있는 수준의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고성능 HBM 생산 기술 등 10년간 축적된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올해는 고객사 니즈에 맞춘 고부가가치 중심의 AI형 메모리를 생산해 ‘토털 AI 프로바이더’로서 입지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1년 만에 흑자 전환한 성과를 축하하기 위해 임직원들에게 자사주 15주와 격려금 200만원을 지급한다. 격려금은 29일, 자사주는 추후 필요한 절차를 거쳐 지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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