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약 7개월 만에 한국 시장을 또 노크한다. 이번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 대표들과 릴레이 면담을 통해 'AI(인공지능) 반도체 동맹'을 보다 구체화할 예정이다.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이 꾸릴 AI 반도체 동맹에 한국 기업들이 어떤 중추적인 역할을 할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이날부터 양일간 한국에 머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과 만나 전용 AI반도체 생산과 HBM 메모리 공급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선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방문해 파운드리 생산 시설을 둘러보고,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을 비롯해 메모리사업부, 시스템LSI, 파운드리사업부 등 DS부문 주요 경영진과 면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에서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와 만날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의 핵심 생산거점인 경기도 이천캠퍼스를 방문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I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리벨리온, 퓨리오사AI, 사피온 등과 면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2020년 설립된 리벨리온은 자체 AI반도체 '아톰'을 개발해 일부 평가에서 엔비디아와 퀄컴을 제칠 정도로 설계 능력을 인정받았다. 퓨리오사AI가 만든 AI반도체 '워보이'는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를 통해 생산되고 있으며, SK그룹의 AI반도체 기업인 사피온은 최근 데이터 센터용 AI반도체 'X330'을 독자 개발해 공개했다.
이들이 올트먼 CEO와 면담할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는 최근 오픈AI 행보와 관련이 깊다. 오픈AI는 현재 AI칩 시장을 90% 이상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를 위해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 아랍에미리트(UAE) AI 기업 G42,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등과 긴밀히 협의 중이다.
챗GPT 같은 생성 AI 개발을 위해서는 다량의 데이터 연산을 초고속·저전력으로 해내는 AI 반도체가 필수적인데 엔비디아의 독점 체제에서는 오픈AI가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온 디바이스 AI 확산에 따른 AI 반도체 수요 폭증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오픈AI가 자체 칩 공급망 확보를 서두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트먼 CEO도 한국 시장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표현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방한 당시 "한국 반도체 기업들과 함께 AI칩 개발을 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달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한국 언론과 만나 "조만간 한국을 방문해 여러 기업과 면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오픈AI가 미·중 갈등에 연루되지 않고 안정적인 AI 반도체 수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자체 생산망을 갖춘 한국과 대만이 가장 안전한 파트너"라며 "특히 한국 기업은 설계와 파운드리, 메모리 등 '삼박자'를 모두 갖췄다는 점에서 오픈 AI로서도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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