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가림의 차만세] 차는 너무 좋은데 단종?…비운의 명차 'K9' '스팅어'

스팅어 [출저=기아 아메리카 유튜브]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신차가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고 완성차업체들의 첨단 기술 개발 속도는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차를 만난 세계'(차만세)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뉴스와 그 속에 숨어 있는 의미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K9 [사진=기아]

비운의 명차 K9, 스팅어 시대는 완전히 저물게 될까.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K9의 지난해 판매량은 4056대로 전년 6446대보다 37% 줄었다. 

K9은 2018년과 2019년 연 1만대 이상 판매되며 플래그십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2세대 변경 이후에는 월 100대에 그쳤던 판매량이 1000대 수준까지 늘었다. 이후 신차 효과가 소멸되며 2020년 7381대로 하락했고 지난해 4000대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판매량이 감소한 원인은 대중브랜드 이미지를 깨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기아는 저가 브랜드 인식을 극복하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플래그십 모델로 K9을 개발했다. 플래그십 자동차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최고급 차종을 뜻한다. 

주요 경쟁상대는 BMW 7시리즈와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 등이었다. V6 엔진과 후륜구동형 8단 자동변속기를 채용하며 높은 성능을 구현했다. 수출형에는 람다 V6 3.8리터(L) 엔진과 타우 V8 5.0L 엔진을 적용했다. 에쿠스와 같은 엔진을 넣어 고급화 전략을 통해 폭스바겐을 따라잡겠다는 의지였다. 8기통 엔진은 북미시장에서 프리미엄 자동차의 상징으로 통한다. 

가격은 6468만~8535만원으로 G90(9407만원), 벤츠 S클래스(1억7290만원), BMW 7시리즈(1억5840만원)보다 저렴하지만 F세그먼트로 넉넉한 실내공간을 자랑한다. 

K9 [사진=기아]
 

K9 [사진=기아]
 

K9 [사진=기아]

BMW의 경우 펀 드라이빙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찾는 모델이라는 이미지가 오랫동안 구축됐다. 플래그십 세단 소비자는 판매가격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기아의 K9은 동급 프리미엄 차량에 비해 낮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선호도 면에서 뒤처졌다.  또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K9은 대중적인 브랜드로, 제네시스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격차가 벌어졌다. G80의 지난해 판매량은 4만4571대이며 상위 모델인 G90은 1만3284대 팔렸다. 5m가 넘는 전장을 갖춘 완전 신차 K8은 K9의 대체재로 작용했다. 이 같은 이유로 K9은 북미에서도 판매가 부진하다. K9의 북미 판매량은 2015년 2524대에서 2018년 400대 아래로 떨어졌고 2021년 85대까지 줄어들었다. 

스팅어도 비슷한 이유로 판매가 줄었고 단종에 이르렀다. 스팅어는 최고 출력 373마력, 최고 속력 240km/h를 내는 3.3L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했다. 제로백은 4.9초로 출시 당시만 하더라도 국산차 중 가장 빠른 차였다. 

스팅어는 북미에서 G70보다 판매량에서 앞섰다. 스팅어는 2018년 1만6806대, 2019년 1만3861대, 2020년 1만2556대, 2021년 1만3517대 팔렸다. G70은 2019년 1만1902대, 2020년 9436대, 2021년 1만718대로 스팅어에 뒤처졌다.  

최고의 가성비 차, 서민의 파라메나로 불렸던 스팅어는 국내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가격대를 고려하면 훌륭한 고급차였지만 K9과 마찬가지로 벤츠, BMW 등과 겨루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전기차로 전환되는 흐름 속 K9과 스팅어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중동 판매 확대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서 비운의 명차로 불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