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현직 관리들 사이에서 북한이 이르면 몇 개월 안에 한국에 치명적인 군사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만 일부 현직 관리들은 북한이 러시아에 대량의 포탄 및 미사일을 보낸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이 장기전 등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미국 관리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발언 수위가 과거보다 공격적으로 변한 점을 주목했다. 북한의 잇단 도발을 진지하게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임박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북한이 2010년 연평도 포격과 유사한 수준의 공격을 감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이날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 소사이어티 포럼에서 최근 북한의 움직임을 짚으며 “북한이 매우 부정적인 길을 계속해서 가기로 택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24일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 14일에는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북한 주장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고, 5일에는 사흘 연속 서해 완충구역에 포탄 사격을 했다.
북한이 평화 통일을 포기하고, 대한민국을 제1 적대국으로 헌법에 명기를 추진하는 점도 긴장 고조를 보여준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는 "북남(남북) 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규정했다.
미국 관리들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으로 대담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중단하도록 설득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행보로 인해 이제 중국의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
하와이 동서연구소 진 리 연구원은 “(김정은의) 발언과 정책 변화는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일환”이라고 지적하면서, 북한이 서해 도서 지역에서 군사 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니엘 러셀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북한이 연평도 포격을 뛰어넘는 공격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들베리국제연구소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은 북한이 기습 공격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탠퍼드대학의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는 최근 한 기고문에서 북한이 약 50~60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충분한 핵분열 물질(주로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미국 현직 관리들은 현재로서는 북한이 전투나 대규모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징후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리는 북한이 러시아에 대량의 포탄과 미사일을 러시아에 보낸 것은 북한이 남한과 장기적인 전투 등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주요 군사작전을 계획하고 있다면 미사일과 포탄을 비축할 것이란 설명이다.
또 다른 두 명의 미국 관리는 김 위원장이 전쟁에 나서며 그와 그의 정권을 위험에 빠뜨린다면 매우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북한의 한국에 대한 미사일 발사 혹은 지상 침공은 미국과의 전쟁을 의미한다”며 “약 3만명에 달하는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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