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전쟁 개시 가능성과 관련해 미국 언론들이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이 몇 개월 안에 한국에 치명적인 군사 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블룸버그통신은 북한이 올해 대러 무기 수출 등을 통한 경제 성장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했다.
NYT는 미국 전·현직 관리들을 인용해 북한이 조만간 한국을 대상으로 2010년 연평도 포격과 유사한 수준의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관리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발언 수위가 과거보다 공격적으로 변한 점을 주목했다. 북한의 최근 잇단 도발을 진지하게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이날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 소사이어티 포럼에서 최근 북한의 움직임을 짚으며 “북한이 매우 부정적인 길을 계속해서 가기로 택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평화 통일을 포기하고, 대한민국을 제1 적대국으로 헌법에 명기를 추진하는 점도 긴장 고조를 보여준다.
미국 관리들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대담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중단하도록 설득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행보로 인해 이제 중국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란 것이다.
다니엘 러셀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북한이 연평도 포격을 뛰어넘는 공격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들베리국제연구소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은 북한이 기습 공격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일부 현직 관리들은 북한이 러시아에 대량의 포탄 및 미사일을 보낸 점을 볼 때 북한이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주요 군사작전을 계획하고 있다면 미사일과 포탄을 비축할 것이란 설명이다.
NYT와 달리, 블룸버그통신은 북한 지도부가 올해 경제 성장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했다. 피치 설루션의 북한 경제 전문가 안위타 바수는 북한 경제가 러시아에 대한 무기 판매, 중국과의 무역 재개에 힘입어 올해 0.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6년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바수는 북한의 경제 성장률 추산이 한국은행의 데이터에 근거했기 때문에 북한의 군수 부문 성장률이 과소 반영됐을 수 있다고 했다. 올해 0.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성 사진을 보면 지난해 10월 이후 북·러 교역 흐름이 활발하다. 한국 당국은 북한이 200만 발 이상의 포탄과 탄도 미사일을 나진항 등을 통해 러시아에 수출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사용하는 155mm 포탄의 가격은 개당 약 3000~4000달러 수준이다. 러시아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스템도 구매했을 것으로도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지금까지 북한이 러시아로 보낸 군수품의 총 가치는 수십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짚었다.
워싱턴포스트(WP)의 조시 로긴 칼럼니스트도 김 위원장이 전쟁을 일으키기 보다는 두 개의 전쟁에서 우방인 러시아와 이란을 지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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