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올봄에 바이든-시진핑 간 전화 통화를 추진하는 것을 비롯해 고위급 교류를 더욱 확대할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는 올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중국 관계의 안정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27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 등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외교부 장관)은 26~27일 양일간 태국 방콕에서 총 12시간에 걸친 장시간 회담을 진행했다. 작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중 열린 미·중 정상회담의 후속 논의로 진행된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홍해 불안, 대만, 북한, 남중국해, 미얀마 문제 등 전 세계 주요 현안들에 대해 논의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무엇보다 중국이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해 홍해에서 무력시위를 벌이는 예멘 후티반군을 '관리'해 줄 것을 요청했고, 중국은 미국이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중국은 이달 초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반중 성향의 라이칭더 당선자가 당선된 이후 연일 대만해협에서 무력시위 강도를 높이면서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 왔다.
미·중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전반적으로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평했다. 양국은 오는 30~31일에는 베이징에서 펜타닐 등 마약 대처 관련 실무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했고, 올해 봄에는 군사해양협력협정(MMCA) 및 인공지능(AI) 관련 협의체 등 여러 분야에서 대화를 개시하기로 했다.
특히 양국은 올해 봄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전화 통화를 추진하고, 연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베이징 방문을 추진하기로 하는 등 고위급 교류를 한층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백악관은 전했다. 백악관은 "설리번과 왕이 부장은 최근 양국 간 군사 대화 재개로 진전이 있었음을 인식하면서, 이러한 대화 채널들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역시 "양국 정상은 정상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양측 관계에 대해 전략적 조율을 추진할 것"이라며 "중·미가 각 영역 각급 교류를 추진하고 현재의 전략적 소통 채널 및 외교, 군사, 경제, 금융, 상무, 기후 변화 등 영역의 협상 메커니즘을 십분 활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 고위 미국 관리는 이번 설리번 보좌관과 왕 부장 간 회동이 "다소 낮은 급의 대화 채널"이었다고 하면서도, 양국 간 "경쟁과 긴장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는 중요 수단"이라고 VOA에 말했다. 또 다른 미국 관리는 설리번 보좌관이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분쟁 혹은 충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할 분야가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는 올해 11월 있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중 관계에 대해 충돌보다는 안정을 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가 유력시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벌써부터 대중국 강경 대응을 공언하고 있는 것과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상하이 소재 국제관계학자인 션딩리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이나 미국이나 대만의 새 정부가 현 상황을 바꾸기를 원치 않는다"며 "미·중 양국은 대만해협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는 협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백악관은 기자회견에서 최근 북한의 무기 실험 및 러시아와의 관계 밀착 등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이번 주 북한을 방문한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중국으로 귀국하는 대로 미·중 당국자 간 통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중국이 북한에 대해 건설적 영향력을 별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실제로 최근에는 건설적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없었고, 오히려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중국 역시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중·러 양국이 북한을 비핵 협상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 자신들의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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