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자동차업계의 지지를 확보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제 반도체업계를 대상으로 구애에 나설 전망이다. 지지부진하던 반도체 지원이 수주 내에 대규모로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경제 정책 치적을 위해 이 같은 내용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WSJ는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을 유도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반도체지원법의 일부"라며 "이번 발표는 기존 발표보다 큰 규모이고 스마트폰, 인공지능, 무기용 반도체에 보조금이 집중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지원 분야 지원 발표는 오는 3월이 유력해 보인다. WSJ는 “대선 캠페인이 본격화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성과를 강조하기 위한 3월 7일 국정연설에서 자신의 경제적 성과를 선보일 예정으로 보인다"며 이 시기를 전후로 보조금 지급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반도체 분야 지원은 반도체지원법의 일환이다. 반도체지원법은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에 대비하고 미국 내 첨단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도입됐다. 반도체 생산 보조금(390억 달러)과 연구개발(R&D) 지원금(132억 달러) 등 5년간 총 527억 달러(약 75조5000억원)를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지원법이 통과된 지 17개월이 지났지만, 지원을 받은 업체가 적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WSJ에 따르면 현재까지 170여 개의 반도체 기업이 반도체 보조금 지원을 신청했지만, 단 두 곳만 지원을 받았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의 뉴햄프셔주 공장에 첫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지원 방침을 발표했고, 이달 4일 미국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로칩 테크놀러지에 보조금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재선을 준비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 같은 불만에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 라인하트 미국기업연구소 기술 및 혁신 담당 선임연구원은 "대선 국면이 과열되기 전에 유명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분명한 압박이 있다"고 전했다.
WSJ는 인텔과 TSMC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 우선적으로 포함될 것으로 봤다. 인텔은 현재 애리조나, 오하이오, 뉴멕시코 등에 총 435억 달러 규모를 투자했다. TSMC도 피닉스주에 공장 설립을 위해 400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중 애리조나주와 오하이오주는 11월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표심 대결이 팽팽할 격전지로 평가된다.
삼성전자가 보조금 지급 대상자로 선정될지 여부도 WSJ는 주목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 173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번 발표가 진행되면 반도체 업계와 관계자의 표심이 바이든 대통령으로 기울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최대 자동차 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로부터 지지 선언을 받는 등 대선을 앞두고 산업계의 표심 확보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반도체 분야 보조금 지원이 탄력을 받으면 이들의 공장 가동이 11월 대선 이전에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삼성전자와 TSMC 모두 본격 양산 시기를 2025년으로 연기하면서 대선 이전에 가동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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