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김치라면 중국식 표기 '라바이차이' 논란에...농심, 사실상 백기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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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라다 기자
입력 2024-01-2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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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판매 중인 농심 김치사발면 사진농심
미국에서 판매 중인 농심 김치사발면. [사진=농심]
농심이 미국에서 판매 중인 김치라면 포장지에 적힌 김치의 중국어 표기 '라바이차이(辣白菜)' 논란이 확산하자 결국 삭제하기로 방향을 틀며 사실상 백기투항했다. 

농심은 지난 25일 미국에서 판매 중인 김치라면과 김치사발면(용기면) 포장지에 적힌 라바이차이 표기를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라바이차이는 중국 동북지방의 배추절임 음식으로, 김치의 공식 중국어 표기는 '신치'(辛奇)다. 논란 직후 농심은 한자를 사용하는 해외 소비자의 이해 차원에서 표기했다며 법령에 위배되지 않은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이슈로 떠오르자 농심은 새로운 김치라면 패키지에 라바이차이 표기를 빼고 Kimchi(김치) 영문 표기만 사용하기로 했다며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농심 관계자는 "김치라면은 과거 미국 시장에 진출한 초기에 중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아시안 마켓에서 많이 팔린 점을 고려해 라바이차이란 표기를 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자체가 표시 규정과 법규를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패키지에서 라바이차이를 빼기로 했다"고 말했다.

농심의 김치 표기 논란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의 제보로부터 시작됐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미국에 거주하는 누리꾼들이 공통으로 제보했다"면서 "한국의 유명 기업이 김치를 중국어 '신치' 대신 라바이차이로 표기한 라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라바이차이는 중국 동북지방의 배추절임 음식으로 김치와는 전혀 다른 음식"이라며 "이럴수록 우리는 국내외로 김치 표기부터 잘 사용해야만 한다. 잘못된 중국어 사용은 또 하나의 빌미만 제공하는 꼴이다. 우리 정부는 김치의 올바른 중국어 표기를 신치로 명시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치는 2001년 국제식품규격(CODEX)으로 인정받았으나, 그동안 이렇다 할 한자 표기법이 없었다. 이후 동북공정 논란이 일자 농림축산식품부는 2013년 중국어 표기법으로 신치를 택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1년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을 개정해 중국어 표기로 인정해 왔던 파오차이를 삭제하고 김치의 표기를 신치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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