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경성크리처'는 한소희의 거침없는 행보 중 하나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일본의 비인간적이고 잔혹한 면면을 낱낱이 고발한 작품인 만큼 출연진들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일각의 우려대로 한소희는 '경성크리처'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일부 일본 시청자들에게 공격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아 했다. "다양한 시선이 있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사실은 사실"이라는 반응은 그의 단단함을 엿 볼 수 있게 했다.
"찍으면서도 예상했어요. 의견이 안 갈리면 이상하죠. 일정 부분 예상하고 촬영에 임했고요. 일본 팬들도 많으니까 어느 정도 이야기할 만한 부분들이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한소희는 '경성크리처' 시즌1 공개 당일 드라마 스틸컷과 함께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올리며 독립운동가들을 기렸다. 일부 일본 누리꾼들은 "혐일"이라며 분노하기도 했다.
"그 배우에 그 팬"이라고 할까. 한소희와 팬들의 사이는 각별했고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한소희는 자신의 팬들을 마치 친구처럼 소개하곤 했다.
"제 팬들은 저를 너무 잘 알아요. 선을 넘는 법이 없죠. 우리는 서로를 잘 지키면서 소통해요. 어떤 선을 넘는다? 그럼 그냥 제가 혼내요. 하하하. 그럼 돼요."
한소희는 전작 '마이네임'에 이어 '경성크리처' 시리즈까지 연달아 고난도의 액션을 소화했다. "차기작까지 고된 액션 연기가 필요한 작품을 고를 줄은 몰랐다"고 말을 건네자, 그는 장난스레 "(저) 변태인가 봐요"라고 응수했다.
"몸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액션 연기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액션 연기'라는 게 사실 때리고 맞는 것뿐만 아니라 그 이후 리액션들까지 포함되는 거잖아요. 목 졸림을 당했을 때 괴로워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액션 연기'의 일부예요. 몸 쓰는 일이 능숙해지고 자유로워지면 감정 연기도 더욱 깊이 있게 해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액션 연기에 더욱 집착해 왔던 것 같아요."
그는 토두꾼 '채옥'을 자유롭게 연기하기 위해 액션에 매달렸다. "날렵한 움직임과 싸움 실력, 거침없는 성격의 소유자" 답게 외형을 다지고 내면을 채워내기 위함이었다.
"'채옥'은 총과 칼을 쓰는 일에 능숙한 아이예요. 총과 칼을 능수능란하게 쓸 줄 알아야 그 뒤에 표정이나 내면 연기까지 고민하고 집중할 수 있어요. 아무리 '채옥'의 심리를 공부해 왔다고 한들 그가 총을 어색하게 잡거나 서툴게 사용하면 도루묵이잖아요! '채옥'의 액션도 그의 일부니까. 총을 드는 '채옥'의 마음, 그의 말들까지 자유롭게 계산할 수 있도록 몸을 다져놓는 시간이었어요."
그는 '태산'과 '채옥'의 감정 교류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를 털어놓는 시간이었다.
"저는 '태산'과 '채옥'의 사랑에는 전우애가 바탕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라요. 그 시대를 살며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함께 겪으며 쌓여가는 감정이었던 거라고 봐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채옥'이 '태상'에게 '고맙소. 죽지 마시오'라고 말하고 각자 갈 길로 걸어가는 모습이에요. 저는 그 장면에서 사랑을 느꼈어요.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가 간절하게 느끼는 걸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보내주려는 마음을요. 상대를 막을 수 없으니 '죽지만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마음이 정말 절절하더라고요. 그 모습이 그 시절의 사랑이었겠구나 싶었어요. 그 시절 그들은 이별이 곧 죽음이었을 텐데. 큰 용기였고 대단한 사랑에서 일궈져 가는 거였겠구나 생각해요."
한소희는 '진심'이었다. 작품과 '채옥'을 보다 진심으로 대하기 위해서 촬영 안팎으로 공부하고 고민했다. 그는 '채옥'이 느끼는 고립감을 위해 카메라 밖에서도 감정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채옥'을 연기하면서 밝고 유쾌하게 지내고 싶지 않았어요. '금옥당' 사람들과도 가깝게 지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쉽게 곁을 주지 않으려고요. 대본상으로도 '금옥당' 사람들끼리는 깊은 유대감을 가지고 있고 저와 아버지는 이방인이잖아요. 분위기게 휩쓸리면 캐릭터가 깨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에게도, 그들(금옥당 캐릭터들)에게도 '불편한 존재'가 되고 싶었거든요. 사담을 나누거나 즐겁게 지내다가 촬영에 임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 게 '채옥'을 지켜내는 일이라고 생각했고요."
"왜 이렇게까지 스스로 몰아붙이려고 하느냐"고 물으니 "당연한 일"이라며 씩씩하게 답한다. 그는 배우로서, 연예인으로서 맡은 바 임무들을 해내고 싶어 하고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한다.
"제가 연기를 시작하고, 팬들이 제게 '돈'을 쓴다는 걸 알게 된 후부터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저라는 사람을 하나의 상품으로 두고 광고를 찍는다면 모델로서 해야 하는 일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위약금도 있는 거고요. 저 스스로도 저를 어떤 상품으로 보는 거죠. 연기를 제외하고 저라는 사람을 상품으로 보았을 때 더욱더 객관화할 수 있겠더라고요. 저는 저를 쓰는 사람들에게 최상의 결과물을 내주고 싶어요.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싶고요. 그 마음의 바탕에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바탕으로 있고요. 그래서 더더욱 민폐 끼치지 않고 '잘'하고 싶어요."
한소희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거침없지만 놀랍도록 정돈되어 있기도 했다. 그만큼 오래도록 고민해 왔던 문제라는 이야기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달리 의미를 곡해해서 듣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된다"고 말을 건네니, 그는 "어쩔 수 없다"며 멋쩍게 웃었다.
"걱정이 없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런 분들은 제가 아무리 '이건 동그라미예요'라고 말해도 '동그라미가 아니라'고 생각하실 거잖아요. 그걸 알기 때문에 그냥 받아들이는 거예요. 100명이 있으면 100명이 다 저를 좋아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고요. 대신 그만큼 저를 좋아하는 분들이 있으니까. 싫어하는 분들의 이야기도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거고요."
계속해서 도전적인 장르, 역할을 소화해 왔던 한소희인 만큼 차기작에 대한 궁금증도 커졌다. "앞으로 어떤 작품, 캐릭터를 맡고 싶냐"고 묻자, 그는 "계속 새로운 걸 찾아내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최대한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다양한 얼굴을 드러내고 싶고 보여드리고 싶고요. 앞으로도 그런 역할들을 통해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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